오피니언

[월요초대석] 허운나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총장

"교육과정에 BT·NT등 적극 융합"<br>글로벌 우수인재 유치위해 외국大등과 협력해야<br>정보약소국 IT산업 육성 지원은 시장 확보에 도움<br>국내 IT시장 포화상태…해외 진출 적극 모색을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을 육성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IT산업이 국제화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 인재의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대전에서 열린 ‘세계 IT대학 총장 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친 허운나(사진)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총장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글로벌 IT 인재를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총장은 “국내 인재의 글로벌 역량을 확충하는 동시에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외국의 우수한 대학ㆍ연구소ㆍ기업 등과 ‘협력 속의 경쟁(copetition)’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세계 IT대학 총장 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합니다. 이번 행사의 의미를 말씀해주시지요. ▦IT산업에서는 이미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개발한 휴대인터넷(와이브로)도 사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IT시장 자체가 글로벌화됨에 따라 여기에 맞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세계 공동의 목표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해외 유수의 대학과 글로벌 기업들은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필요한 글로벌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 중입니다. 이번 행사는 성공적인 인재양성 사례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9월 인도 비정부기구(NGO)로부터 ‘프리야다시니 글로벌 어워드’라는 큰 상을 받으셨는데요…. ▦IT산업 발전과 함께 국가간 정보격차 역시 한층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개발국을 위한 IT 인재 육성이나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노력한 것을 좋게 평가해 프리야다시니상(賞)을 준 것 같습니다. 16대 국회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IT국회의원연맹’을 만들어 저개발국 인사들을 국내로 초청해 국내의 IT산업 발전현황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에게 부탁해 이런 국제적인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위한 비용을 마련한 적도 있습니다. 특히 정보약소국이 자국의 IT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곧 시장을 만들어간다는 뜻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CU는 ‘글로벌 IT허브대학’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술과의 컨버전스 경향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연구 및 교육의 초점을 IT 분야에만 맞추면 무리가 따르는 것은 아닌지요. ▦맞습니다. 지금은 융합(convergence)의 시대입니다. IT를 비롯해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다양한 기술이 합쳐지고 있습니다. ICU는 교육 및 연구과정에 이런 융합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ICU가 국내 과학기술의 메카인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가까이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생명공학연구소 등과 함께 ‘e헬스’ 등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e헬스와 관련된 미들웨어는 서울대 의대와 공동 연구중이며 BT 분야의 교수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ICU의 경우 특정 분야를 지칭하는 ‘학과’라는 표현 대신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트랙’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여러 다양한 분야와의 유기적 결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이공계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는 데 ICU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입니까. ▦훌륭한 대학이라면 사회에서 필요한 전략 및 정책 개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학 분야에서는 첨단 연구개발(R&D) 활동을 이끌어갈 사람을 키워내야 합니다. ICU는 IT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ICU는 소수 정예 인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의 경우 신입생 가운데 30%가량은 외국어고등학교ㆍ특수목적고 조기 졸업자들로 채워질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IT 강국을 이끌어갈 핵심 역할을 수행하리라고 믿습니다. -총장으로서 ICU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우수한 엔지니어는 어디에서 배울 수 있겠습니까. ICU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합니다. 우수한 IT 인력양성뿐 아니라 이들을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500여명이 ICU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첨단기술 이론을 새로 익히고 있습니다. ICU는 또 뛰어난 글로벌 역량을 자랑합니다.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ICU 학생들의 경우 해외로 나가도 금세 적응합니다. 또한 외국 유수의 대학들과 ‘공동 석사학위’ 취득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현재 17개 국가의 대형 연구소와도 협력체제를 구축해놓고 있습니다. ICU의 위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현지 분교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정도입니다. -ICU는 정부 및 ETRI 출연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데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려면 연구성과 판매 등을 통해 재정 자립도를 높여야 할 것 같은데요…. ▦연구개발 성과를 기업 등에 팔아 새로운 연구 및 교육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단지 학교가 설립된 지 8년 정도에 불과해 아직까지 큰 성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교내 창업센터에 20여개의 벤처기업이 있는데 이중에는 앞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곳도 상당수에 달합니다. 앞으로 10여년 정도 지나면 ICU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결실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을 맡고 계신데 바람직한 융합 방안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게 국가의 이익입니다. 사실 외국에 비해 통방융합은 상당히 뒤처져 있습니다. 방송의 중립성을 살리면서 국가 차원의 산업발전에도 기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양측이 이기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북한 핵실험 문제로 남북간의 교류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재 남북 IT교류추진협의회를 이끌고 있는데 IT 분야의 남북 교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북한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북한은 평양과학기술대를 만들기 위해 ICU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를 위해 교수 두 명과 함께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핵실험 사태로 일단 연기했습니다. 특히 IT 분야에서는 북한이 외국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는 밭에 씨를 뿌리는 것처럼 당장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IT코리아의 위상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현재 국내 IT시장은 여러 분야에서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에 나가야 합니다. 작은 내수시장을 놓고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국내 시장은 전초기지로 활용하되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합니다. 정부도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많은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 ICU는 어떤 곳
IT 영재 육성의 산실
ICU는 이제 KAISTㆍ포스텍(포항공대)과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공과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ICU가 지난 98년 개교,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처럼 단기간에 명문 이공계 대학 반열에 오른 것은 IT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체계적이고 국제화된 교육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단지에 자리잡은 ICU는 정보통신부ㆍ한국전자통신연구원ㆍ삼성전자 등의 공동 출연으로 설립됐다. 설립목표는 바로 세계적인 수준의 IT 인력 양성이다. ICU의 경우 현재 학생 930여명에 교수 숫자는 100명이다.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이 10대1을 밑돈다. 현재 ICU에는 우수 인력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신입생 120명 가운데 60%는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를 1년 일찍 졸업한 학생들이었다. 일반고등학교 출신 학생들도 수능 상위 1% 내의 인재다. ICU를 'IT 영재교육의 산실'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학경쟁률도 2002년 1.38대1에서 올해는 3.91대1로 훌쩍 뛰어올랐다. 1인당 평균 장학금이 217만원(2004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가장 많다. ICU 학부생들은 4년간 전액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ICU 학부과정은 쉴 틈이 없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1년 3학기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3년 만에 조기 졸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부 졸업생들은 100% 대학원으로 진학한다. 소프트웨어(SW)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카네기멜런대학도 ICU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다. 카네기멜런이 복수학위를 허용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ICU뿐이다. ICU는 초고속 컴퓨터 개발에 필수적인 '광인쇄회로기판(PCB)'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ICU는 오는 2012년까지 세계 5대 IT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교수 비율도 현재의 8.5%에서 25%까지 늘리는 한편 매년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연구비로 지출하고 있다. ● 허 총장은 누구
교육에 컴퓨터 활용 '교육공학' 국내 소개
허운나 총장은 컴퓨터를 교육에 활용하는 학문인 '교육공학'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허 총장은 지난 76년 불과 26세의 나이로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최연소 박사(교육공학) 학위를 취득한 후 IT를 활용한 교육연구에 매진해왔다. 그는 사이버 교육을 국내 교육계에 도입하는 등 평생교육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도 공헌했다. 특히 허 총장은 국회의원(16대 국회)으로 재직하면서 국내 IT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IT를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국감모니터단 국감우수의원상(법률연맹)을 비롯해 국회 상임위 최우수의원상(유권자연맹)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6월 ICU 3대 총장으로 취임한 후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1년 3학기제', 학문간의 복ㆍ융합 연구 및 교육을 위한 '트랙 제도' 등 혁신적인 교육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특히 허 총장은 국내외의 IT 정보격차 해소에도 관심이 많다. 유비쿼터스 농어촌포럼 공동의장을 맡아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해소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인도 비정부기구로부터 '프리야다시니 글로벌 어워드'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상은 정보화 약소국의 IT 교육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데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요르마 올리라 전 노키아 회장 등이 수상했다. ◇약력 ▦49년 서울 출생 ▦67년 경기여고 졸업 ▦71년 서울대 영문과 졸업 ▦76년 미 플로리다주립대 교육공학 박사 ▦83년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95년 한국교육공학회 회장 ▦99년 대통령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04년 ICU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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