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의지 개혁 일단 긍정평가일본 병(病) 치유, 이른바 신세기 유신을 취임 일성으로 외쳤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개혁의 기본 방향이 지난 1일 발표되면서 세계 경제계의 관심은 추후 발표될 개혁 시나리오의 각론에 집중되고 있다.
이달말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 전에 그 구체안이 공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계는 지금 고이즈미 정권이 빼낸 칼에 과연 일본 경제의 환부가 도려내질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끌어안기와 중국 견제'를 대아시아 외교의 큰 축으로 삼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경제 문제에 관한한 이제까지 일본 조이기에 앞장서 왔다.
미국 경제의 양대 수장인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폴 오닐 재무 장관이 나서 세계 경제 대국으로서의 지위에 상응한 역할 분담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으며 민간을 포함한 각 부문 경제 주체들에게도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조정 노력을 설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에 동조했으며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의도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일본 정부의 개혁을 채근해왔다.
세계 경제계의 이 같은 요구속에 1일 발표된 일본 정부의 경제 개혁 기본 방향 중 우선 눈길이 가는 부문은 일본 금융권의 부실 채권 처리 문제다. 일본 자신은 물론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고이즈미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국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개혁 자체에 대한 세계 경제계의 긍정적 시각에도 불구, 고이즈미식 개혁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그러나 일부 회의적 평가도 없지 않다. 미국 MIT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그중 하나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고이즈미식 해법으로는 일본 병을 적절히 치료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특히 우편 예금의 민영화와 은행 악성부채 탕감 등에 관한 고이즈미 구상이 일본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경고했다.
일부의 비판적 견해에도 불구 세계 경제계는 대체로 고이즈미 정권이 제시하고 있는 이번 경제 개혁안을 일본 근대사에서는 드물게 외부 요인에 의한 타율적 개혁이 아닌 자율적 의지로 애써 평가해주며 일본 정부를 독려해주려는 분위기다.
이는 한편으로는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과 관련 이제까지 일본 정부가 보인 무기력한 행보에 대해 세계 경제계의 인내가 한계에 다달았다는 최후 통첩성 경고 메시지의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독불장군 고이즈미가 일본 국민들의 교조적 지지를 업고 제시할 일본 병 치유책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홍현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