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우여곡절끝에 외자유치를 통해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법정관리중인 두루넷 인수전이 통신업계 구조조정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통신과 LG가 두루넷 인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KT도 언제든지 참여할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두루넷 인수를 둘러싼 통신업체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두루넷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129만여명의 가입자를 보유, 11.4%의 점유율로 3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두루넷을 시장 판도를 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로 분석하고 있어 치열한 인수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두루넷 매각작업은 그동안 몇 차례 좌절된 바 있다. 8월 매각입찰 때는 데이콤ㆍ하나로통신이 입찰에 참여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유찰됐으며 지난해초에도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대주주인 삼보컴퓨터간 매매계약이 체결직전까지 갔었으나 막판에 무산됐었다. 하지만 자금이 두둑해진 하나로통신이 본격적인 공격경영에 나서면서 두루넷 매각 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LG 물러설수 없는 한판 승부= 하나로통신은 이미 대주주로 올라선 뉴브리지-AIG투자컨소시엄이 두루넷 인수 방침을 확고하게 밝힌 상태. 시장점유율을 26.3%에서 4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어 1위 업체인 KT와도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도 외자유치안 통과 직후 두루넷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켜 최소한 이 부분에서는 KT의 벽을 넘어서 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LG도 두루넷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데이콤의 일반 가입자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두루넷을 인수해야만 유선분야에서 경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새로 짜게 될 통신사업 전략이 어떤 모습이든 관계없이 두루넷 인수는 새 전략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가입자 쏠림현상으로 정보통신부와 후발사업자의 견제에 직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용경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서는 두루넷 인수 계획이 없다”면서도 “두루넷이 어려움에 처하면 개입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입찰참여 여지를 남겨놓았다.
◇인수여력이 문제= 두루넷측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매각 절차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주중 법원에 정리계획안을 제출, 인가를 받는대로 매각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어서 이르면 연내에 업계의 인수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루넷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로나 데이콤 모두 두루넷 인수여력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업계는 두루넷 자산가치와 가입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이 5,000억원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나로의 경우 1조3,000억원의 외자가 들어오지만 내년말까지 상환해야 할 부채가 8,000억원에 이르는데다 신규 망투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데이콤도 1조8,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파워콤 인수에 따른 부담 때문에 두루넷 인수를 위해서는 그룹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루넷 매각은 가격 못지 않게 구체적인 인수자금 조달방법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