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50나노 1기가 D램 개발은 단순히 세계 최초 기술개발의 의미를 넘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의 속도ㆍ저장능력 등을 강화해 D램 신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여 가격을 낮춤으로써 시장을 확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조남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50나노 D램 개발의 의미에 대해 “개발 측면에서는 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1년 이상 벌렸고 오는 2008년 양산에 들어간다면 경쟁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 독보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우위로 시장을 선도=삼성전자의 50나노 기술 개발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절대적인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 독일의 퀴몬다 등은 물론 D램 2위 업체인 하이닉스도 50나노에는 도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닉스가 19일 인텔로부터 66나노 공정에 대한 인증을 받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RCAT’와 ‘SEG’라는 3차원 입체 트랜지스터 구조 신기술과 지르코늄과 알루미늄을 이용한 ‘복합 유전층’의 신물질을 사용했다. 또 D램 셀의 최소 면적을 줄이는 ‘6F²’ 구조 등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50나노 공정과 관련해 51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 기술장벽도 쌓아뒀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50나노 기술이 삼성전자의 차별화 전략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7세대 연속 D램 신공정 기술 개발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신제품으로 D램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 D램의 차세대 모델인 DDR3를 내년에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 이문한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50나노 기술 개발은 삼성전자의 기술 로드맵이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신공정 기술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신공장이 삼성전자를 시장 창조자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PC용 D램 사업에서 모바일ㆍ디지털컨슈머ㆍ게임기 등 다양한 응용처로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올해 D램 매출 비중을 보면 모바일ㆍ디지털컨슈머ㆍ게임기 등 PC 이외의 신규시장 매출이 45%에 달한다. 특히 게임기 시장의 경우 그래픽 D램의 성능이 향상되며 3차원 초고속 동영상 기능 및 대용량 데이터의 신속한 처리를 가능하게 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플레이스테이션ㆍX박스ㆍ위(Wii) 등 세계 3대 게임기의 그래픽 메모리를 주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휴대폰ㆍDMBㆍPMP 등 모바일 부문도 마찬가지. 모바일 기기가 복합화ㆍ다양화하면서 고속ㆍ대용량 처리가 가능한 D램이 필요하게 됐고,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의 공급을 늘리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D램 제2의 중흥기를 맞는다=삼성전자는 D램이 올해 10년래(95년 이후) 최대 호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주춤했던 PC 시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비스타 출시 영향으로 활기를 되찾고 휴대폰ㆍ게임 등 새로운 응용처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준영 삼성전자 메모리총괄 상품기획 담당 상무는 “양적 경쟁력보다 D램의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한 질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50나노 기술이 D램의 제2 중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단일 제품으로는 사상 최초로 D램에서 10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전세계 D램 시장(350억달러 규모)에서 시장점유율 36∼40%와 매출 14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호황으로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D램이 효자가 돼 돌아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