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직전의 절반으로 줄며 10년전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투자부진의 장기화가 고착되면서 성장잠재력도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우리나라 제조업의 유형자산 변동추이`에 따르면 제조업의 설비투자규모는 외환위기를 맞으며 급격히 줄어 지난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연평균 20조6,224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91~93년 연평균 21조7,453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가 최고조에 달했던 외환위기 직전 3년간(95~97년)의 연평균 42조4,763억원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규모다.
이처럼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저조한 반면 해외직접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국내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해외직접투자는 외환위기 직전 3년간 평균 5%대(해외직접투자/설비투자)에 그쳤으나 지난 5년간은 연평균 10%수준으로 늘었다. 여러 가지로 사업하기가 힘든 국내시장을 떠나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체의 현금흐름은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수입이 늘고 투자지출이 줄면서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예금(1년미만 단기예금)은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말 32조6,000억원에서 작년말에는 46조6,000억원으로 30.7% 나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설비투자가 줄면 단기적으로 기업의 자본효율성은 좋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된다”며 “제조업의 투자여력이 늘어난 만큼 기업규제완화, 노사관계안정 등을 통한 투자진작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