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에 몰아친 ‘스톡옵션 스캔들’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 주가가 한창 떨어졌을 때 최고경영자(CEO)가 싸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은 다음 주가를 끌어올려 막대한 시세 차익을 노렸다는 부당 거래 혐의 기업은 현재까지 줄잡아 100여개. 미국 전역을 뒤흔드는 대대적인 금융 스캔들로 번진 파장에 휘말려 애플컴퓨터 등 일부 대형사들은 나스닥시장에서 퇴출되는 위기에 몰렸고, 한 소프트웨어 업체의 전임 CEO는 형사소송을 당하자 수사망을 피해 도피길에 올라 졸지에 지명수배자로 전락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스톡옵션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증권의 강찬수 회장이 스톡옵션을 최대주주 지위 확보 및 경영권 양도의 도구로 활용, 제도의 취지 자체를 왜곡시켰다며 민주금융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 최근 일부 기업들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스톡옵션제도의 빛이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액면가나 저렴한 가격에 자사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줌으로써 회사 이익 창출의 동기를 부여하는 제도다. 회사 주가가 오르면 각자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한 유인책이자 임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 같은 제도의 순기능이 어느 틈엔가 변질되면서 폐해를 낳고 있다. 이번 실리콘밸리 사태는 그동안 곪아온 환부가 한꺼번에 노출된 데 지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속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제도는 쓰는 사람에 따라서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수많은 CEO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열매에 스스로 독을 발랐다. 물론 약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많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인 사례다. 2년 전부터 남들에게 독이 된 이 제도를 ‘명약’으로 활용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스톡옵션이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째. 약을 독으로 변질시키는 기업은 국내에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