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학 패러다임이 바뀐다

노벨경제상으로 본 새로운 경향220여년 역사를 가진 경제학에 새로운 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에서 벋어나 인간의 비합리적인 면에도 주목함으로써, 인간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심리학의 연구방법을 비합리적 인간 행위를 설명한 대니얼 캐너먼 교수와 버넌 스미스 교수가 올 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도 바로 이 같은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관련기사- - 경제학이 지금까지의 독선적 자세를 버리고 다른 사회과학으로부터 배우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새로운 경향이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경제학이 패러다임 전환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스미스의 `국부론` 발간 후 올 해로 226년째를 맞는 경제학은 과학사가(史家) 토마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부론` 이래 경제학의 바탕이 돼 온 인간 합리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어, 앞으로의 경제학 연구에 바탕이 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 중인 것이다. 지금껏 경제학자들은 인간 합리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물리학자들이 물체의 운동을 연구하듯 인간의 경제행위를 분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물리학이 수학을 이용하여 물체 운동을 설명하듯 경제학도 수학을 이용하여 경제행위를 설명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개발된 경제학 이론은 현실에 대한 설명력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 특히 인간행위가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금융시장의 현상을 설명하는 데조차 애를 먹고 있다. 가령 투자자들이 왜 주가 거품을 만들어 내고 투매 현상을 보이는가 등을 설명하는 것은 기존의 이론으로는 어렵다. ◇다른 사회과학 연구성과 응용=이 같은 이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게 된 경제학은 지금껏 경제학에서 도움을 받는 처지에 있던 다른 사회과학, 특히 심리학에 주목했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캐너먼 교수와 스미스 교수는 경제학에 심리학을 도입한 선구자이다. 심리경제학의 창시자인 캐너먼 교수는 인간이 거대한 메모리와 엄청난 계산 속도를 가진 슈퍼컴퓨터라는 기존 경제학자의 인식에서 탈피, 때로는 실수도 하는 비합리적 인간상을 경제학에 되가져왔다. 스미스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험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경제학에 제시했다. 인간 행위를 대상으로 한 사회과학에서는 통제된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쥐를 실험실에 가둬 놓고 실험하듯 사람을 통제된 공간에 가두어 놓고 실험을 시도한 것이다.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강조=심리학에 영향 받은 경제학 연구가 인정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학계에서는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의 최근 수상자인 안드레이 슈라이퍼 교수와 매튜 래빈 교수도 심리학의 직관을 바탕으로 한 `행위경제학`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 받았다. 미국경제학회가 2년마다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클라크 메달은 역대 수상자의 상당수가 결국 노벨상을 받게 돼 `미니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슈라이퍼 교수와 래빈 교수도 강력한 차기 노벨상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99년에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슈라이퍼 교수는 기존 이론으로 설명이 어려운 주식시장의 비합리적 현상을 `행위이론`이라는 새로운 틀을 이용하여 설명했다. 가령 주가가 한 번 상승세를 보이면 계속 상승하는 `모멘텀 패턴`을 보이는 것은 투자자가 과거 실적을 미래로 투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수상자인 래빈 교수는 심리경제학의 창시자 캐너먼 교수의 전통을 이어 받아, 인간 선호 체계의 허점, 판단력의 불완벽성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래빈 교수는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경제 행위는 합리적 인간의 이익 극대화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같이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 대신, 허술한 선호체계와 완벽하지 못한 판단력을 가진 인간에 대한 이해가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현대 경제학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아담 스미스形 인간이 아니라 때로는 이익에 반하는 행위도 하는 비합리적 인간을 위한 경제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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