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6%의 법정 상한금리에도 돈을 빌리겠다고 대부업체에 신청하는 서민 10명 가운데 7명이 돈을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채업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ㆍ신용평가사 등이 비정규직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신용평점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대부업계 연합회인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는 등록 업체의 대출 승인률이 평균 30%라고 밝혔다. 연66% 금리에 돈을 빌리겠다고 신청한 고객 10명 중 7명은 대출을 못 받는 셈이다. 협의회는 여러 업체를 돌아다니며 대출을 신청해도 성사율은 50%를 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돈이 필요한 서민 두 명 중 한 명은 법정 금리 내에서 대출을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불량자ㆍ연체자가 아니어도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된다. 양석승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 회장은 “대출 승인율이 60%는 넘어야 하지만 대부업체도 재원이 부족해 대출을 못 늘리고 있다”며 “법정 금리를 더 낮추면 대출 승인율도 뚝 떨어져 불법 업체를 찾는 서민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감독원의 서민맞춤대출서비스인 이지론(www.egloan.co.kr)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 초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5,300여명이 이지론을 통해 은행ㆍ저축은행ㆍ대부업체 등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이중 35%인 1,900명만이 대출을 받았다. 대출처별로는 저축은행이 1,102건(58%)으로 절반을 넘었고 대부업체 등이 621건(32.7%)을 차지했다. 은행과 할부금융사는 각각 84건(4.4%), 93건(4.9%)으로 저조했다. 업계에서는 은행ㆍ신용평가사가 신용평점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실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신용정보 조회건수, 저축은행ㆍ대부업체 조회건수, 저축은행ㆍ백화점 카드 개설 건수 등만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이지론에서 대출이 거절된 것도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았거나 신용조회를 했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단순히 신용조회 건수가 많아서 대출이 거절된 경우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높은 부채비율, 과다한 현금서비스, 낮은 신용등급 등도 대출거절 이유로 꼽혔다. 또 은행이 최저 신용대출 금액을 500만원으로 정해 연봉이 낮은 비정규직은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득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의 신용등급은 정규직보다 낮다”며 “최저 대출금액이 500만원이기 때문에 연봉이 적은 비정규직은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자기 신용등급에 맞는 이자를 내고 불법 대부업체에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신용등급평가 항목을 현실화하고 불법 고리사채를 단속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