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 정리, 카드 사태 이후 신용 불량자 지원 등 우리 경제의 고비마다 굵직한 문제들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ㆍ사장 연원영)는 경영 혁신과 윤리 경영 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04년도 경영혁신우수사례 보고대회’에서 고객중심경영부분 우수사례로 자산관리공사가 선정된 것도 이러한 업적을 인정 받은 결과다.
’신용불량자도 고객’이라는 인식 전환 바탕으로 고객 관계관리시스템(CRM)을 도입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공사는 신용 불량자 지원을 위해 서비스헌장 제정, 직원 교육을 실시한 후 기존의 신용지원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ㆍ통합관리하고, 인터넷을 통한 채무고객과 만나는 공간(온크레딧, OnCredit)을 마련하는 등 획기적인 경영 혁신을 단행했다.
지난해 신용카드사 등으로부터 6조6,000억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이후 개인부실채권에 대한 채무자수가 124만명으로 증가했고 한 사람당 주어지는 업무량도 기존 1,500건에 1만건으로 6배 이상 폭증하자 공사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인터뷰, 설문조사를 하고 민간 카드사들의 전산시스템과 채권 및 채무자의 분류체계, 회수율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직원들을 요구하는 업무 매뉴얼에 대해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통합고객관리 프로그램 개발에 이어 공사 직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서비스헌장을 제정하고 혁신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을 설득했다. 경영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내부 단결’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CEO역시 추진과정상의 혼선을 제거하기 위해 직원들과 일일이 대화하며 갈등을 풀어나가는데 적극 뛰어들었다. 경영진이 직원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직원간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활발히 가동했다.
사내 정보망인 ‘K-wings’내에 ‘사장과의 대화방’과 ‘자유게시판’을 마련해 익명으로 건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주요 현안이나 직원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직원 앞으로 CEO 메세지라는 이름으로 개인e-mail을 발송하고 있다.
과장급이하 젊은 직원들의 진취적인 아이디어를 경영에 반영하는 `청년이사회'도 도입했다. 이들은 월례정기회의를 통해 공사발전을 위한 의견을 경영진에게 제공하고 업무 개선안을 도출하며 사내 소외계층에 대한 의견수렴 창구역할의 활동을 벌인다.
이처럼 내부 커뮤니케이션 개선을 위한 노력덕분에 혁신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내부 단결로 만들어진 에너지는 경영 혁신의 성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한 124만명의 관리대상 채무자를 88만명으로 통합 관리하게 되었으며, 최고장 발송 비용절감(약6억원), 단순업무 비율 감소(30%→10%) 등 상당한 경영개선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연원영 사장은 이 같은 경영 성과에 대해 “비슷하게 중복되는 업무는 과감히 도려내 조직을 슬림화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의 수익경영 도입이 주효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연 사장은 “2002년부터 잘한 직원은 보상하고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지 못한 직원에는 책임을 묻는 신상필벌을 강화한 것도 공기업으로서의 경영 성과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러한 경영성과 평가제는 도입 초기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서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조직 경쟁력이 향상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사의 2002년 매출은 전년대비 400억원이 줄었으나, 순이익은 오히려 2배가까이 증가하여 158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순익은 40억원 이상 증가했다.
경영성과 평가제는 본부장 등 임원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시행됐다. 매년 업적평가를 실시해 평가결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나 연봉인상률을 결정하고 부점장도 부점평가 결과에 따라 연간 상여금을 차등지급받도록 했다.
또 신입직원의 40% 여성 채용과 3급 여성팀장의 부점장 임명과 공사 최초의 여성지사장 발령, 40대 본부장 발령, 부동산부문의 외부전문가 발탁 인사 등 인사에서도 오히려 민간기업보다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경영혁신을 통한 인적ㆍ물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사는 지난 5월 20일 출범한 배드뱅크 ‘한마음금융주식회사’의 설립과 운영을 맡았다. 한마음금융(주)는 신용불량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추가 대출을 실행해 연체채권을 상환하도록 하고, 신용불량의 굴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설립한 배드뱅크.
현재 대부대상자중 14만여명이 한마음금융을 통해 대부승인을 받았다. 대부 신청 기한도 11월 20일로 연장하여 접수 중이며 혼합형대부상품 출시, 선납금납부일 연장 등 적극적인 신용회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