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가 5%대의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던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나빠진 대외여건을 감안해 전망치를 낮추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그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까지 치솟는 등 경제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기존의 낙관적인 전망치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5%의 성장률을 제시한 정부가 최근 전망을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한국은행이 4.7%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내놓으면서 민간연구소들이 5%대의 기존 전망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통상 정부의 경기낙관론에 대해 경고음을 내는 역할을 했던 민간연구소들이 오히려 체감 수준과 맞지 않는 낙관적 전망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5%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던 LG경제연구원은 0.1~0.2%포인트가량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음 주 중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초 예상보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경제전망의 기본 전제조건이 달라졌다”며 “2.8%로 예상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수가 수출둔화를 상쇄할 것이라는 예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주가와 주택 가격이 조정될 여지가 커지면서 구매력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 연구위원은 “개도국 경기호조를 근거로 기존 전망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소폭의 하향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5.1%라는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던 현대경제연구원도 “최악의 경우 4%대 성장률도 가능하다”며 “국내외 실물경제 동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경제여건 악화가 실물경제에서는 나타나지 않아 단기적인 수정계획은 없다”면서도 “1월 지표를 검토한 다음 기존 전망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장 중시하는 지표는 국제유가와 미국의 소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주 연구위원은 “내년 평균 80달러로 내다본 두바이유가 90달러 이상으로 오르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미국의 월ㆍ분기별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하락할 경우, 또는 미국 경기침체 여파로 중국에 대한 수출까지 둔화된다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기존 전망과 같은 5%의 성장률을 유지한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현재 조정을 검토하지는 않지만 내년 2월로 예정된 수정 전망치 발표시기까지 국내외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연구원도 검토작업을 거쳐 이달 말 새로운 경제전망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연구원은 앞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평균 원유도입 단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