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제약업계 구조조정 나설때

“참담한 심정이다. 실망을 넘어 절망스럽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는 소식 직후 기자와 통화한 제약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국내 제약 업계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의약품은 농업ㆍ방송과 함께 이번 FTA 타결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날 ‘FTA로 인한 국내 제약 업계의 연평균 피해액이 1조~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방송과 신문의 보도를 부인하고 ‘실제 피해액은 연 1,000억원 정도’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하느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업계는 이번 협상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강화돼 국내사의 복제약 개발 및 신제품 출시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연구개발 투자 저하를 가져와 국내 제약 업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외국시장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히 영세하다. 지난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인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의 연매출은 12조원이었다. 그 당시 국내 제약시장 전체 규모는 7조원대.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외국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 하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국내 1위 제약 업체인 동아제약의 매출은 5,700억원대로 같은 기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제약의 매출 48조원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거대한 공룡 제약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도 이제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지금도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우 제품군이 서로 다른 제약사들간의 M&A를 통해 개발력을 끊임없이 제고하고 있다. 흡수합병으로 인해 상위 제약사의 순위가 매년 뒤바뀔 정도다. 하지만 국내 제약 업계는 이런 세계 흐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국내 제약의 맏형인 동아제약은 최근 집안의 경영권 분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는가 하면 어떤 제약사는 식음료 비중이 전체 매출의 과반을 넘어 제약회사인지 식품회사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협상이 끝난 지금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국내 제약 업계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공세를 막을 준비를 해야 한다. “어렵지만 새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그동안 말로만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M&A를 이제는 실천해야 할 때”라는 한 제약 업계 관계자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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