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용대출 시장의 양두구육(羊頭狗肉)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은 여인에게 남장을 시키는 별난 취미가 있었다. 이 취미가 백성들 사이에도 유행해 남장여인이 날로 늘었다. 영공은 “궁 밖의 남장여인을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유행은 없어지지 않았다. 재상에게 그 까닭을 묻자 재상이 “궁 안에는 남장을 허용하면서 궁 밖에는 금지령을 내린 것은 ‘밖에는 양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 궁 안의 남장을 금하면 궁 밖에도 감히 남장을 못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영공이 즉시 궁 내의 남장을 금지하자 다음날부터 궁 밖에서도 남장한 여인을 볼 수 없었다. TVㆍ지하철ㆍ휴대폰 등에서 ‘신용대출’ 광고를 쉽게 접한다. ‘돈 때문에 걱정이신가요’라는 문구에 눈길을 주면 빨간 글씨로 크게 쓴 ‘최저금리 7.9%, 최대 대출한도 5,000만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 회사들은 신용등급도 높고 대기업, 또는 세계적인 은행의 자회사라며 대부 업체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믿을 수 있고 직접 찾아가 대출도 해준다’는 문구로 신뢰성과 편리함을 내세운다. 대출을 받을 때나 빌린 돈을 일찍 갚을 때 따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유의사항’은 없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7.9% 이자면 만사가 해결될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최저 금리, 최고 대출 금액은 ‘그림의 떡’일 뿐 대부분은 40% 안팎의 고금리로 300만원 이상은 못 빌린다. 대출금은 수수료를 뗀 금액만 입금되고 이자가 비싸 하루라도 빨리 갚겠다면 벌금을 요구한다. 금융기관이 아닌 대부 업체는 ‘간주이자’를 적용받는다. 무슨 명목이든 채무자가 내는 비용은 모두 이자로 간주해 월5.5%, 연66%를 넘을 수 없다. 그러나 할부금융사 등 금융기관의 간주이자는 월5.5%를 훌쩍 넘는다. 연20%로 한달을 빌리면 월6.7%, 연80%가 된다. 연30%는 월7.5%, 연90%와 같고 40%는 월8.3%, 연100%인 셈이다. 제도권 안에 있는 금융기관은 월5.5%가 넘는데 밖에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뭔 이유인지 감독 당국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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