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3월 22일] 기업경영, 데이터의 시대가 온다

2000년대 국내 기업들의 IT 과제는 '프로세스 혁신'이었다. 업무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최적의 흐름을 설계해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개선해 비용을 50% 절감했지만,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50%의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은행에서 대출 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해 고객 만족도와 업무 처리 효율이 대폭 개선됐다 해도 신용평가나 한도 등 리스크 검증에 문제가 생겨 부실채권이 발생한다면 결국 앞에서 남고 뒤로 손해를 본다. 프로세스 혁신 효과를 무너뜨리는 위험 요인들은 대부분 데이터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경영진과 현업 종사자들의 정보ㆍ데이터 요구를 IT 부서가 처리해 결과를 전달했지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경영진이나 현업 직원들이 직접 데이터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 역시 기업 데이터 구조의 혁명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기업 업무 환경에서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바일도 데이터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로 기업 IT와 데이터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데이터 인프라와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 동안 기업 IT는 비즈니스와 업무의 결과를 최대한 신속 정확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 경영진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의 예측과 민첩성과 유연성을 IT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기업 IT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부서별로 필요에 따라 구축한 시스템들은 데이터를 주고받기 어렵고 데이터의 품질도 적지 않은 문제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많은 돈을 들여 주방 시설을 갖추고 첨단 레시피도 익혔는데 정작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좋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IT의 데이터는 요리의 '재료'에 해당하는 요소에 해당한다. 경영에서 데이터의 비중이 커지는 현상은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만큼 의미가 크다. 다행히 국내의 데이터 관련 기술 역량은 세계적으로도 앞서가는 수준이다. 국내 기업의 경영진들이 데이터 시대의 혁명적 의미를 깨닫고 한 걸음 앞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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