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머징마켓 또 위기봉착

97년 금융위기후 최악상황… 美.日등 선진국 불황여파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 지난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머징마켓의 주가ㆍ채권가격ㆍ통화가치가 급격한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같은 금융위기는 중남미에서 아시아ㆍ동유럽 등으로 급속 확산되고 있다. 특히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미국이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한 덕분에 신흥시장의 조기 회복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은 물론 일본ㆍ유럽 등 선진국들 역시 경기 침체에 빠져 위기의 강도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시장 위기 급속 확산 미국 증시가 휘청이면서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중남미 등 이머징마켓의 주가는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머징마켓의 신용 리스크를 반영하는 각종 채권 지표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제 JP모건의 이머징마켓 채권지수(수익률 스프레드)는 지난달 7.0%에서 최근 8.25%까지 확대됐으며 각국의 외화표시채권 가산금리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신흥시장 채권의 대량 매각으로 브라질의 레알화, 폴란드의 줄로티 화가 급락하는 등 통화가치 하락은 전염병처럼 이머징마켓을 휩쓴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신흥시장 국가들이 과거와는 달리 변동환율제를 채택, 채권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 대한 환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본다. ◆ 아시아, 이중고 겪어 아시아는 금융위기와 함께 심각한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해법 모색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미 아시아 경제의 바로미터인 싱가포르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우려를 더해준다. 아시아 각국은 최근 내수가 회복되지 못하고 수출 의존도만 높아진 상태에서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 둔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지난해 GDP 성장의 40%를 미국에 대한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의 신경제 거품이 걷히면서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이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이 경우 아시아 위기는 더욱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중남미 위기 차단 장치 부재 미국은 현재 신흥시장의 경제 불안이 세계 경제로 전염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특히 중남미의 경제 위기가 북미로 확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을 한다. 무엇보다도 멕시코가 일차적인 저지선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머징마켓 중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져온 멕시코 역시 페소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등 위험신호를 보낸다. 미국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경제 위기 최소화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구제금융에 나설 공산이 큰데 그렇다 하더라도 약발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중남미의 위기 극복은 다분히 미국의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못할 경우 중남미의 위기 확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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