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상박. 골사장과 그의 골프 파트너 김 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력도 막상막하, 승부욕도 막상막하. 이 두 사람은 오늘도 저녁식사를 놓고 겨루고 있는 중이다.
17번홀까지 2타를 앞선 김 사장. 파4인 18번홀에서 보기만 해도 가뿐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다. 2온에는 실패했지만 정교한 어프로치 샷이 보상을 해준다.
1㎙ 남짓한 파 퍼팅을 남겨놓은 김 사장이 동전으로 마크를 하고 볼을 집어 든다. 퍼팅 순서가 된 골사장은 퍼팅 라인에 걸린다며 동전을 옮겨줄 것을 요구했고 김 사장은 기꺼이 퍼터 헤드 길이만큼 동전을 옮겨준다.
골사장이 파 퍼팅에 성공을 했지만 김 사장은 여유만만. 동전 앞에 볼을 놓고 한 퍼팅이 그대로 홀에 떨어졌다. 완승이다 싶었지만 골사장의 지적으로 까맣게 잊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최초의 볼 위치에 리플레이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잘못된 장소에서의 플레이로 2벌타를 받고 난 뒤 다시 한 퍼팅이 들어갈 리 없었다. 김 사장은 그날 쓰디쓴 저녁을 먹어야 했다.
경기자가 (1)오소(誤所; 잘못된 장소)에 드롭 또는 플레이스 했거나 (2)규칙에 의거, 리플레이스가 요구됐음에도 움직여진 볼을 리플레이스 하지 않은 자기의 인플레이 볼을 스트로크 했을 때에는 중대한 위반이 없는 한 해당되는 규칙에 규정된 벌을 받은 후 그 볼로 그 홀을 끝내야 한다. (규칙 20조7항)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