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위한 애프터서비스(AS)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이후 가전·통신·식품·의류·유통 등 전 산업계가 비용절감을 위해 소비자상담업무 등 애프터서비스를 축소지향적으로 개편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서비스 부실로 인한 소비자 불만사태가 우려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업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용역회사에 의뢰하는 등 대고객서비스체제를 전면 조정 중에 있다.
올해초 자회사인 대우전자서비스를 설립, 애프터서비스를 전담토록 한 대우전자는 AS전문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용절감이란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지난 9월 직접 운영하던 콜센터 5곳, 애프터서비스센터 15곳, 수리센터 2곳 등 총 22개 고객센터를 분사한데 이어 서울지역 2군데 부산·광주·대구 등에 각각 콜센터를 독립법인으로 설립하는 등 AS를 전면 외주체제로 바꾸며 비용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신업계는 가전업계보다 한발 먼저 외주를 단행했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이미 고객상담업무를 계약직이나 용역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있으며 한솔PCS, LG텔레콤, 한통프리텔 등 PCS 3사도 지난해 8월 사업초기부터 업무를 계약직원들에게 위임했다.
불황을 겪고 있는 의류업체들 역시 조직개편을 통해 AS요원을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도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고객상담직 7명가운데 4명을 다른 업무와 겸직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AS직원을 줄였다. 대형 의류업체인 신원 역시 서울 명동매장 일부를 철수하면서 AS센터 2개소 중 한 곳을 폐쇄했다.
서비스를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백화점업계도 외주를 통한 AS체제개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들어 각 점포별로 가전제품및 여성의류 AS코너에 용역직원을 배치했으며 가구·잡화 등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체들은 상담실직원들의 숫자를 4~5명으로 축소 조정했고 일부 화장품업체가운데는 소비자상담직원이 달랑 1명만 있는 등 모양갖추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황극복을 위해 소비자서비스를 강화해야하는데도 이처럼 AS체계를 외주로 돌리거나 인원감축에 나서는 것은 업계 전반적인 불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로 분석된다.
삼성관계자는 『서비스전담업체를 만든다면 오히려 업무가 전문화돼 정기적인 차원에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상담실및 보호단체측에서는 고객서비스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A사 소비자상담실의 한 직원은 『한국 기업들이 고객서비스업무를 구조조정의 가장 손쉬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AS를 위한 별도법인 설립, 외주를 주는 것 등이 일견 소비자와 기업 양쪽에 이익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소비자에 대한 관심도 등에 있어 큰 괴리가 있다』며 10수년간 쌓아온 서비스노하우가 자칫 사장될 것을 크게 우려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AS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소비자보호원도 『AS관련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이 고객의 불만처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소비자권익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