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한달 밖에 안됐는데 애를 낳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지난 3월 송경희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른바 `워치콘(Watch Condition 발언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문희상 비서실장이 송 전 대변인을 감싸며 한 말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송 대변인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원죄는 우리에게 있다”며 대변인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7일 청와대는 송 전 대변인을 경질했다. 지난2월11일 내정후 꼭 72일만이다. 그 자리엔 노무현 대통령의 필사로 알려진 윤태영 연설담당비서관이 들어왔다. 대변인 교체 이면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자질론에 휘말려 있는 `청와대의 입`으로는 북핵, 주한미군 재배치문제등 민감한 현안이 난마같이 얽혀 있는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의 측근을 `입`으로 임명함으로써 그동안 논란이돼온 국정수행의 혼선 개선과 걸끄러운 언론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등의 국면 전환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날 조직개편을 통해 대변인팀, 제도개선팀, 정무팀, 총무팀, 행사의전팀, 국정상황팀 등 모두 6개의 팀을 신설, 업무 중복 폐해를 막고 유사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들의 유기적인 채널을 확보키로 하면서 특히 대변인팀은 부대변인 3명을 둬 지원체제를 강화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송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된 뒤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당선자)의 국정철학`을 묻은 기자들의 질문에 `당선자를 만난 적이 없어 다음에 말하겠다`고 대답해 기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워치콘 발언 파문에 이르기 까지 온갖 불명예를 뒤집어 써야했다.
그러나 그 보다는 송 전 대변인이 잘못된 시스템으로 억울하게 팽(烹)당한 희생양이라는 동정론이 더 힘을 받고 있다. 새 정부들어 취재시스템이 기자실 개방, 브리핑제도로 완전히 바뀌면서 대변인에게 쏠린 하중이 너무 가혹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송 전 대변인도 “처음엔 커뮤니케이터(전달자)역할만을 생각했으나 연출과 각본 모두를 맡아야 했다”며 시스템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말속엔 연출을 맡아야 할 이해성 홍보수석이나 각본을 제공해야 할 비서실 각 수석들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헛돌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그는 또 “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브리핑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듯 하다”며 그동안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음을 내보였다. 그는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청와대에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월급을 타가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일 때문에 못한 연구과제도 많다”고 말해 연구활동을 재개할 것임을 내비쳤다.
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책을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해 짧은 청와대 생활에서 겪은 권력 내부의 실상을 폭로할 계획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로 들어온 이후 `모르쇠`로만 세상에 알려져 사회활동에 짐이 되지나 않을 지 걱정스럽다”며 춘추관(청와대 기자실) 브리핑룸을 떠났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