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2월 24일] <1584>고요한 밤


1818년 12월24일, 오스트리아 중북부 오베른도르프 마을 성니콜라스교회. 크리스마스 이브 예배에서 아름답고 감미로운 합창 찬송이 울렸다. '슈틸레 나흐트~ 하일리게 나흐트~.'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처음 선보인 순간이다. 작사자는 부사제였던 요제프 모르(당시 46세).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이 고장 나자 기타 반주만으로 부를 수 있는 찬송을 만들기 위해 2년 전에 떠오른 시상(詩想)을 교사 겸 교회 반주자인 프란츠 그루버(31세)에게 넘겼다. 하룻밤 만에 작곡된 그루버의 곡은 성탄절 예배에서 감동을 자아냈다. 급조된 찬송은 다른 지역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곡조가 오스트리아 산악지방의 전통민요인 '요들'과 비슷했기에 인근 지역 교회에 퍼지고 이듬해 오르간을 고치려 니콜라스교회를 찾은 오르간 수리공에게 건네진 악보는 오스트리아는 물론 독일로도 번져나갔다. 그루버의 초기 악보는 요즘 가장 비싼 악보 가운데 하나로 통한다. 1859년 미국인 존 프리먼 영 목사가 영어로 번역한 이 곡은 오늘날 세계 44개 언어로 불려지고 있다. '고요한 밤' 캐럴은 기적도 낳았다.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영국군과 독일군 병사들이 성탄 전야에서 1월 중순까지 자발적으로 전투를 중지하고 음식을 나누며 축구 경기를 벌였던 '성탄 휴전(Christmas Truth)'도 영어와 독일어로 울렸던 '고요한 밤'의 곡조 속에서 일어났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종교와 캐럴의 힘이 잠시나마 평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또다시 성탄 전일을 맞는다. 사찰에서도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요즘 대결과 반목이 여전한 곳도 많다. 남과 북이 그렇고 국회가 그렇다. 모두가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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