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08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 <4>돈 빌릴 곳은 없고, 금리는 오르고…

은행 돈줄죄기로 경영계획 '엉망진창'<br>올 바젤Ⅱ 도입으로 신용 낮은 中企들 '사면초가'<br>소기업은 1,000만원 대출도 담보없인 안돼<br>정책자금 신청절차 복잡 "브로커 고용까지 고민"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 고객이 영업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2008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 돈 빌릴 곳은 없고, 금리는 오르고… 은행 돈줄죄기로 경영계획 '엉망진창'올 바젤Ⅱ 도입으로 신용 낮은 中企들 '사면초가'소기업은 1,000만원 대출도 담보없인 안돼정책자금 신청절차 복잡 "브로커 고용까지 고민" 서동철 기자 sdchaos@sed.co.kr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한 업체의 A사장은 최근 은행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만기 된 대출 금액을 갚던지 아니면 대출 금리를 7.5%로 재조정 하던지 결정하라는 전화였다. A사장은 "당장 은행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7.5% 금리로 대출을 연장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연말ㆍ연초 자금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인상된 이자비용 등을 감안해 경영 계획도 새로 짜야 할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B사는 은행권이 최근 대출 중단에 나서면서 신규 투자에 차질이 생겼다. 이 회사 재무담당 C이사는 "지난 해 12월에 라인증설 등에 나서려고 했지만 은행권이 신규 대출을 집행할 시기까지 투자를 잠정적으로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몸을 사리면서 남동공단에서는 자금회전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장 부지를 내놓겠다는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신규 대출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대부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자금난으로 인한 남동공단의 상황을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갑자기 돈줄을 옥죄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1.9%에 달할 정도로 자금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더욱이 올해부터 바젤Ⅱ 협약이 도입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압박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젤Ⅱ 도입으로 대출해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적립금 비율이 크게 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담보 등이 부족한 창업초기의 기업 같은 경우에는 자금난이 심화될 것으로 염려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소기업들의 은행대출 중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달해 예전에 비해 늘어났지만 담보나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보증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기업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저가형 MP3플레이어를 시장에 내놓은 D사의 경우 최근 은행에서 1,000만원을 신용대출로 빌리려다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회사 E사장은 "대기업과의 납품계약서와 매출계획서 등을 보여주며 설명했지만 담보를 가져오지 않으면 돈을 빌려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면서 "1,000만원만 빌리면 신규로 제품을 3,000개 생산할 수 있어 회사가 어느 정도 매출 궤도에 오르게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1,000만원 조차도 담보가 없으면 빌리 수 없는 게 말이 되냐"고 하소연했다. 은행에서의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정책자금 쪽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복잡한 절차 등으로 처음 신청하는 기업의 접근이 어려워 결국 '타먹는 사람만 타먹게 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남동공단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50인 이하의 소기업들은 행정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자금 지원을 위한 복잡한 서류절차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중간에 신청을 포기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자금 조달과 관련해 한 IT업체의 사장이 털어 논 현 상황은 충격적이다. 그는 "정책자금을 손쉽게 타내기 위해서는 브로커 등을 고용해야 하고 그 수수료가 무려 대출금액의 10%에 달한다"면서 "주위의 몇몇기업이 브로커 등을 고용해 수월하게 정책자금을 탄 것을 보면서 브로커 고용이 불법이고 수수료도 비싸지만 돈 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고용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8/01/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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