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여권의 권력지형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당 정동영 의장 체제 등장이라는 변수까지 겹쳐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으로 신주류를 형성했던 정치권 인사들은 거의 몰락할 지경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추풍낙엽` `토사구팽`의 신세로 전락한 사람은 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과 이상수 의원, 이재정 전 의원 등. 이들은 불법 대선자금 문제 등으로 잇따라 사법처리될 운명에 놓이면서 권력 핵심에서 여권의 `애물단지`로 급전 직하했다.
신주류 좌장격인 5선의 김원기 전 상임의장과 4선인 이해찬 의원의 처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지역구 문제 등으로 악전고투하며 사실상 당무에서 2선으로 후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대선 때 노 후보 선대위에서 활동하며 현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이라는 것. 따라서 “이들의 좌초는 단순히 개별 정치인의 부침 차원을 넘어, 노 대통령과 정 의장 등 50대 투톱 체제의 등장과 물갈이 바람을 계기로 한 권력 핵심부의 교체”이라는 시각이 많다.
권력에서 밀려날 위기에 놓인 당사자들은 일단 저항과 버티기를 택했지만 반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상수 의원은 27일 검찰 출두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 몇 가지 위법ㆍ탈법 행위에 대해 법적ㆍ정치적 책임은 지겠다”며 “그러나 한나라당 선거책임자가 법적 책임을 졌으니, 노 캠프의 선거책임자도 똑같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해찬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엄정하지 못하다”며 “수사 검사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검찰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 신주류 핵심인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마음이 아프지만 범법을 저질렀다면 처벌 받아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소장파인 김성호 의원은 “신주류 인사들이 기존 정치인에 비해 더 깨끗하고 개혁적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실정법을 조금이라도 어겼다면 사안의 경중에 관계없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11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자 마자 일성으로 “국민은 지금 정치인 몇 명의 물갈이가 아니라 정치판 전체를 바꾸는 판갈이를 요구하고 있다”며 권력 핵심부의 세대 교체를 기정 사실화했었다.
우리당 지도부가 이날 총선 공천 신청자의 철저한 신상 검증 원칙을 발표한 것도 비리 연루 의원들의 퇴출 등 이른바 `개혁 공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신주류 물갈이`의 폭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정철 기자 parkj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