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위험 회피ㆍ투기 거래수단 각광
성경에 등장하는 요셉은 역사상 최초로 경제적 위험을 합리적으로 관리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셉은 형제들의 핍박으로 이집트로 피신한 후 파라오의 꿈을 잘 풀이한 공으로 큰 신망을 얻었다.
요셉은 “이집트 전역이 7년간은 풍년, 그 다음 7년간은 흉년을 맞게될 것”이라며 파라오에게 곡식을 미리 비축하도록 권유했다. 요셉의 권유를 충실히 따른 덕분에 이집트는 7년간의 기근을 이겨낼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위험관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요셉식 처방은 현대사회에서 경제환경변화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데는 초보적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발전과 함께 위험의 종류나 성격도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초를 다투며 변하는 금융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파생금융상품은 바로 이런 환율, 금리변동 등에 따른 금융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면 현재 시점에서 주식, 통화, 채권 등 금융상품의 미래 가치를 사거나 팔 수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위험관리수단이자 투기적 거래수단
보통 기업은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현재 원ㆍ달러환율이 1,200원일 경우 3개월후 수출에 따른 결제자금을 받을 때도 환율이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은 기대밖의 환차익을 볼 수도 있지만 환율이 1,100원으로 떨어질 경우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기업은 통화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파생상품 거래에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기업 뿐만 아니라 이런 위험을 사들여 이익을 얻으려는 투기적 거래자도 참여한다. 그저 금리 및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려는 기업들만 있다면 파생상품거래는 이뤄질 수 없다. 특히 파생상품은 거래비용이 적어 환율이나 금리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하기만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많은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게 된다.
◇옵션, 선물 등이 대표적인 상품
파생상품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옵션(option)과 선물(futures)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스왑(swap), 선도(forwards) 등도 요즘에는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옵션이란 미래의 특정 시점이나 일정 기간내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 등 유가증권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옵션계약에서 매도자는 매입자에게 주식 등을 미리 정해진 가격(권리행사가격)으로 매입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서 그 대가로 프리미엄을 받는다. 콜옵션은 일정액의 금융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콜옵션의 경우 시장가격이 프리미엄과 행사가격의 합계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면 풋옵션 매입자는 대상 금융상품의 시장가격이 행사가격이하로 떨어지면 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볼 수 있다.
한편 금융선물(financial futures)이란 거래소에서 통화, 금리, 주가지수 등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조건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후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계약된 가격으로 그 상품을 매매하는 거래다.
◇주식 등 기초자산의 가격ㆍ금리ㆍ만기 등이 가격결정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은 주식 등 거래대상 자산의 가격, 금리, 만기, 변동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옵션을 예로 설명해보자. 삼성전자 주식을 3개월 후 주당 40만원에 매입할 수 있는 내용의 콜옵션을 주당 1만원에 매입했다면 매입자는 3개월 후 주가가 41만원 이상으로올라야 콜옵션을 행사해 이득을 볼 수 있다.
옵션 매입 시점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면 옵션 가격은 1만원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주가가 얼마 지나지 않아 40만원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 주가의 변동성이 크다면 옵션 가치도 확대된다. 주가의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당 1만원에 매입한 옵션만 포기하면 되지만 주가가 오르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특정 주식의 변동성이 높다면 옵션가치도 올라간다.
금리는 파생상품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 수입의 현재가치는 낮아지기 때문에 파생상품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정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