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86 반미감정, 80년대 美역할 인식때문"

홍석현 주미대사 "日, 존경 못받으면 지도력 불완전"

"386 반미감정, 80년대 美역할 인식때문" 洪대사 "전두환 광주학살 묵인…센트럴파크에 외국군 기지 있다면?"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는 11일(현지시간)대사 부임 후 첫 공식 연설에서 386세대의 반미감정과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해 미국 주재 한국 외교관이나 방미 한국 정치인들의 공식 연설에서 듣기 어려운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미감정에 대해, 홍 대사는 "386세대의 대미 인식이 형성돼온 유래를 일별하겠다"며 1979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해와 그에 이은 '광주 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궐기'를 지적한 후 "전두환 장군이 이 상황을 이용해 권력을 잡았고,약 300명의 무고한 시민이 학살됐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이를) 묵인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대사는 이어 "레이건 미 대통령이 1981년초 (취임 후) 첫 외빈으로 전두환 대통령을 백악관에 맞아들인 것은 미국이 전의 집권(Chun's authority)을 승인했다는 인식을 더 깊게 만들었다"며 "그 결과 80년대엔 반정부 시위가 종종 반미시위로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국인 청중을 대상으로 한 공개 연설에서 반미감정에 대해 다른 한국정부 관리나 정치인들이 민족 자존심의 표현, 반미주의가 아니라 반미감정, 6.25를 겪지 않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모르는 젊은 세대의 행태 등으로 우회 설명해온 것과 달리, 386세대의 '미국 책임' 주장을 정면 소개한 것이다. 홍 대사는 또 주한미군이나 여중생 교통사고 사망 사건으로 인한 반미시위에 대해선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외국군 기지가 있다면 뉴욕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혹은 워싱턴 수도권에서 외국군의 장갑차가 연루된 비극적 사고가 발생한다면 여론이 어떻겠느냐"는 반문으로 미국인들의 '이해'를 구했다. 홍 대사는 한미동맹이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것과 6.25때 미국이 희생한 것 등을 젊은 세대가 체험하지 못했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더 잘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등의 입장도 밝혔다. 청중속에 있던 에번스 리비어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홍 대사의 반미감정 연원과 처방 설명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하기도 했다. 홍 대사는 최근 한국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진화'(natural evolution)라거나 '비교적 젊고 진보적인 세력'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을 "한국 사회전체의 정치지형을 바꾼 20-30대의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쿠(데타)"라고 묘사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해 "50대이지만 386세대와 별로 다르지 않은 범주에서 움직인다"거나 "이상주의자와 실용주의자" 양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질문에, 홍 대사는 "내가 고이즈미 총리나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 입장이 되더라도 현 일본의 정치.사회구조상 매우 강력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는 한 역사문제를 한꺼번에 최종 해결하는 게 극히 어렵고, 그런 컨센서스가 형성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불행히도 과거사 문제가 계속 되풀이될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대사는 "대사직을 맡은 후 표현의 자유를 잊었고, 전 신문 발행인으로 말하겠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친구인 한 일본 신문 발행인으로부터 들었고, 우연히 사흘전 한 일본 웹 사이트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전 민주당 대표가 똑같은 말을 한 것을 봤다"며 "2차대전 종전 후 히로히토 천황이 (전쟁의 책임을 지고) 퇴위했더라면 일본에더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과거사 관련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간 전 대표의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 대사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열망도 겨냥, "경제력이나 국제사회 기여도를 감안하면 일본은 세계 지도국 역할 자격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일본이 이웃 국가들의 지지와 이보다 더 중요하게는 존경을 받지 않는 한, 일본의전 지구적 지도력은 불완전한 것일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입력시간 : 2005/05/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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