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줄기세포 파문 '묻지마 투자'에 경종

`황우석 쇼크'로 대변되는 줄기세포 파문은 국내 증시에서 눈에 보이는 실적도 없이 기대심리에만 의존한 `묻지마 투자'에 경종을 울린것으로 23일 평가됐다. 따라서 연초부터 바이오 테마를 등에 업고 급등세를 보였던 줄기세포 관련주들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줄기세포와 직접 연관이 없으면서 `유탄'을 맞은 실적 우량 제약주들과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주들은 이번 `황우석 쇼크'가 진정되는 과정에서 다시부각될 전망이다. ▲줄기세포 히스토리 = 줄기세포.바이오 테마주들은 연초 발표된 정부의 생명공학 육성 계획에 대한 기대감과 `황우석 효과'를 등에 업고 올 한해 내내 불꽃 같은시세를 분출했다. 이들 테마주는 대부분 자체 사업실적도 없이 생명공학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에수억~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 줄기세포 테마에 편승해 왔다. 바이오주들은 기초여건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만 주목한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까 한번 주가가 꺾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특징을 나타냈음에도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표적 줄기세포 테마주인 산성피앤씨의 주가는 작년 10월만 해도 1천원대에 불과했으나 연초 정부의 생명공학 육성계획 발표 때와 5월 황우석 교수의 논문 발표를전후해서는 `줄기세포 광풍'을 타며 5만원선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금은 `황우석 파문' 속에 테마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1만원선까지 무너진 상태. 또 조아제약, 마크로젠, 삼천당제약 등도 황우석 효과와 바이오 광풍을 타고 최근 1년 간 주가가 4~10배 가까이 올랐다 하락했다를 반복했다. 줄기세포 관련 연구소나 기업에 투자한 이 업체들과는 달리 줄기세포 관련 업체로 분류되는 메디포스트 역시 급격한 주가 등락을 보였다. 공모가의 2배인 3만6천원으로 출발했던 메디포스트는 상장 후 엿새간 급등하며 8만2천원대까지 뛰기도 했지만 현재는 시초가에도 못미치는 2만9천원대에 머물러 있다. ▲`옥석 가리기' 전망 = 향후 바이오 관련주들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황우석 쇼크'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바이오주들은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데다 이번 `황우석 쇼크'로 충분히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주가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정명진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주들은 이미 `황우석 쇼크'로 큰 조정을받았기 때문에 추가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황우석 박사의 2개 세포 마저도 줄기세포가 아니라고 판명된다면 바이오주는 한차례 더 조정을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주나 제약주의 경우 심리적 영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개별 기업 실적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이혜린 애널리스트는 "실적보다는 미래성장성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바이오주의 특성상 이번 사태로 꺾인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바이오주들의 산업특성이나 부가가치 측면에서 여전히 장기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목별로 검증이 철저히 이뤄져 우량종목들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기술력을 인정할 수 있는 바이오 업체는 제넥셀과바이로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쓰리쎄븐이 인수한 크레아젠 정도"라며 "이들 업체도 실적이 가시화하는 시점은 빨라야 2010년이어서 올해 이후 주가급등은 터무니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연구원은 "향후 줄기세포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투자에 주의를 요한다"며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춘 업체로 판단되더라도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냉정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자'에 경종 = `황우석 쇼크'는 투자에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무분별한 기대심에 편승한 `묻지마 투자'는 결국 손실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투자증권 황호성 연구위원은 "바이오 관련주들은 언론의 발표와 소문에 따라 상장 기업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투자자들이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매매하는 경향이 짙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바이오기업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연구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고 또 연구성과가 상용화돼 기업 실적으로 나타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기초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순 연구원은 "애초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바이오'와 `줄기세포'란허명에 편승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며 "`묻지마 투자'가 아닌 정상적인 투자행위가 자리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허재환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성향이 2000년에비해 많이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줄기세포 관련주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코스닥 급락장에서 실적이 뒷받침됐던 종목들은 타격이 크지 않았던 점을 봐도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는 실적과 투명성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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