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2일] 기회 잡은 현대·기아차

지난해 6월, 위기에 처한 도요타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도요타 아키오 사장. 창업자 도요타 사키치의 손자인 그는 취임 전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역설했다. 양적 팽창 정책에서 벗어나 고객 제일주의라는 '초심(初心)'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도요타는 기본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었다. '연간 세계시장 판매 1,000만대'의 목표달성을 위해 무섭게 질주하던 도요타의 과속페달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760만대 리콜'이라는 참사를 빚었다. 도요타는 1일 미국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싣고 이미지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깨져버린 품질신화와 추락한 이미지가 쉽사리 회복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강력한 경쟁자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그리고 현대ㆍ기아차까지 도요타 차량을 보유한 고객이 자사 차량을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한시적으로 펼쳤다. 판매량을 끌어올려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물론 양산차 업체에 판매량 증대와 시장 확대는 더 없이 중요하다. 생산량ㆍ판매량이 늘어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고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지난해 초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판매 증대'를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성공했다. 기회를 잡은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올해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6%나 늘어난 540만대로 정했다. 이를 위해 해외공장 증설과 대규모 마케팅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품질개선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믿음을 쌓아가는 일이다. 인터브랜드의 제즈 프램턴 최고경영자(CEO)는 "브랜드 명성을 쌓는 데는 수십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스스로 '타도 도요타'를 외치며 달렸던 도요타가 수업료도 받지 않고 다른 완성차 업체에 소중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을 강화하기로 한 현대ㆍ기아차의 다짐에 흔들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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