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견고한 '안전공간'에 스며드는 공포

[볼만한 영화] '패닉룸'다음주부터 제주도서부터 장마권에 들어가 6월말부터 전국이 본격적인 장마권에 든다는 보도다. 여름철 극장가에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공포물이다. 올여름 공포물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 21일 개봉된다. 극단적 스타일과 비판의식으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파이트 클럽'의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한 '패닉 룸'(Panic Room)이 그것. . 그러나 '파이트 클럽'에 충격을 받아 그 이상의 기대를 갖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때의 신선함을 잃을 수 있기때문이다. 이 작품은 관객들의 체온을 내릴 만큼 스릴러적인 공포분위기를 끝날때까지 잘 끌고 가지만 결말이 뻔해 사건이 종결됐을때는 약간의 허탈함마저 든다. '패닉 룸'은 이란 서양 중세시대 성(城)의 맨 꼭대기 방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전란 때의 피신처로 바뀌었다. 9ㆍ11 테러참사를 맞아 말 그대로 정신적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미국인들은 앞다투어 집 안에 난공불락의 방을 설치하는 붐이 일고 있다. 9ㆍ11의 충격은 지난 3월 말 미국에서 개봉된 '패닉 룸'을 빅히트시켰고 영화'패닉 룸'은 또다시 실제의 '패닉 룸' 수요를 부채질하는 연쇄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패닉 룸'의 내용은 간단하다. 남편과 이혼한 멕(조디 포스터)과 사라 모녀는 뉴욕 맨해튼의 4층집으로 이사한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외관이지만 침실 옆에는 콘크리트와 강철로 둘러싸인 비밀의 방이 숨어 있다. 이곳에는 별도의 전화선, 집안 구석구석과 연결된 모니터, 자체 환기 시스템, 물과 비상약 등이 갖춰져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자랑을 불길하다는 표정으로 흘려듣던 멕과 사라는 첫날 밤부터 패닉 룸으로 피신할 상황에 맞닥뜨린다.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독차지하려는 주니어가 패닉 룸을 설계한 버냄과 정체불명의 라울을 데리고 침입한 것이다. 이때부터 멕 모녀와 세 사내의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진다. 집주인은 이들과 대적할 의사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것 챙겨서 어서 나가라"고 부탁하는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 침입자 역시 빈집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당황하는 마음 여린 인물이다. 그러나 침입자가 노리는 것이 바로 패닉 룸의 비밀금고에 있다는 상황은 침입자를 점차 흉포하게 만들고 집주인도 여전사로 변하게 한다. 모든 갈등이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패닉 룸의 견고한 벽으로부터 시작된다. 감독은 이 벽 주위로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모녀 둘이서 통제하기에는 지나치게 넓지만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는 너무 좁은 이 집안에서, 두 패로 나뉜 인물들의 대결만을 부각시킴으로써 영화는 더욱 팽팽한 긴장을 품게 한다. 주니어 일당이 멕의 집에 들어올 때 카메라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2층침실에서 시작돼 현관 열쇠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가 나온 뒤 집 구석구석과 범인의 움직임을 비추고 다시 침실로 돌아가는 5분간의 롱 쇼트는 이 영화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를 극단적으로 부각시킨다. 이 작품은 '미션 임파서블'의 작가 데이비드 코웹의 솜씨있는 이야기가 돋보인다.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믿는 그 곳에서 안전을 위협받으며, 위치를 바꿔가며 사투를 벌이는 그의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은 시종일관 긴장과 스릴 속에서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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