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노다 요시히코 日 재무상

글로벌 환율전쟁서 좌충우돌…자국 경제 불신감만 키워<br>"한국, 환율 조작" G20 의장국 지위 딴지걸기 이어<br>우리측 제기 '경상수지 목표제' 英 아이디어 주장도<br>엔고 이번주 사상최고치 전망 속 '노다 입'에 촉각


지난 8월12일 오후 5시 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당초 예정됐던 외부 일정을 급작스레 바꿔가면서 기자들 앞에 나선 배경에는 외환시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었다. 전날 도쿄외환시장에서의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84.73엔.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급등한 엔화가치는 약 15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재무상 취임 이후 지속된 엔화 강세 속에서도 "시장을 주의 깊게 지켜 보겠다"는 모범 답안만을 반복하던 노다 재무상의 긴급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과도한 환율 변동은 경제와 금융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대한 관심을 갖고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에 그쳤다. 시장의 시큰둥한 반응 속에 엔화는 달러당 84~85엔 대를 오르내리다가 9월14일에는 한때 83엔을 뚫고 내려갔다. 일본 경제를 궁지로 몰아가고 있는 엔고(円高)를 잡기 위한 노다 재무상의 좌충우돌은 이렇게 시작됐다. 첫 장관직을 재무상이라는 중책으로 시작하게 된 최초의 인물로 취임 당시부터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은 그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엔고 사태로 인해 글로벌 환율분쟁의 한 가운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경제무대에서 '경제대국'의 경제팀 수장으로서 그가 지금까지 보여 온 행보는 대부분 악수(惡手)로 점철되고 있다. 지난 2009년 민주당 정권 창출과 함께 하토야마 내각의 재무차관으로 임명되기까지 경제 관련 경력은 사실상 전무했던 그는 엔고 방어에 실패한 것은 물론, 잇단 실언(失言)과 자충수로 일본을 글로벌 경제 공조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무리수는 한국에 대한 '딴지 걸기'다. 사실상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폄하하며 G20 의장국으로서의 지위까지 걸고 넘어지는가 하면, 한국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지난달 G20 회의 때 제기된 '경상수지 목표제'가 영국의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하는 등 노다 재무상은 유독 한국을 의식하는 말들로 양국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노다 재무상에 대한 껄끄러운 여론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13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경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를 1주일 여 앞둔 시점에 열린 이날 예산위에서 노다 재무상은 "한국이 원화 환율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G20 의장국으로서 그 역할을 엄격히 추궁당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했다. 재무성 내부에서는 국회에서의 돌발 질문에 대해 경제관료로서의 경험이 부족한 그가 실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그는 난해 하토야마 내각에서 재무차관으로 임명되기까지 경제분야의 경험은 거의 전무한 '뼛 속부터 정치인'이다. 민주당의 경제 베테랑으로 통했던 후지이 히로히사 전 재무상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재무차관으로 발탁, 작년 11월 재무상을 대신해 G20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경제정책 면에서나 외교 면에서의 경험 부족은 피할 수 없는 한계로 지적돼 왔다. 외환시장을 둘러싸고 안팎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희석시키기 위해 한국을 물고 늘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9월 2조엔 규모의 시장 단독개입을 단행한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지속되는 엔고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불만을 한국이라는 경쟁상대에게 돌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국제적 동조도 얻지 못하고 발언의 파장만 확산되자 노다 재무상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한국을 비판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꼬리를 내렸다. 발언 직후 한국 정부측의 항의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던 그의 태도 일변은 의도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일본 경제팀에 대한 국내외의 불신감만 키우는 꼴이 된 셈이다. G20 회의 이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은 계속됐다. 지난달 26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는 한국이 고안해 G20 회의에서 한ㆍ미 공동제언 형식으로 제시한 경상수지 목표제가 이미 2주 전 영국이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제언한 영국의 아이디어였다는 주장을 펼쳤다. 엔화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시장의 동향에 따라 필요하다면 확고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추가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하자는 G20 합의 파기의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같은 구두개입은 엔고를 잡지는 못한 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번 주 글로벌 시장은 또 한 번 노다 재무상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말 달러당 79엔대 진입 일보직전까지 치솟았던 엔화 가치가 오는 3일 미국의 2차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또 한차례의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의 대규모 시장 개입으로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했다는 비난을 받은 일본 정부와 그 경제팀의 수장이 노다 재무상이 국제사회의 경계의 눈초리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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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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