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바람 소리와 괴기스러운 여성 웃음소리,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하얀 소복 차림의 처녀귀신...
공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군 장병들의 혼을 쏙 빼놓는 육군정보학교내 담력훈련장이 화제다.
경기도 이천시 육군정보학교 담력훈련장은 학교내 산속에 반지하 콘크리트 구조물로 조성된 군내 유일한 공포체험장으로 `ㄷ'자 형태(총길이 145m)를 갖추고 있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정보병과 병사들의 담력 배양을 위해 놀이동산 `귀신의 집'을 모델로 지난 1990년 6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교육생들은 먼저 담력훈련장 통과에 앞서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고괴담'등 공포영화를 관람한 후 연병장에서 1시간가량 유격 훈련과 비슷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받는다.
거의 체력이 소진된 교육생들은 외나무지대, 묘지지대, 괴음지대, 뱀지대, 서낭당 지대 등 13개 테마로 구성된 모든 코스를 혼자서 통과해야 한다.
미로처럼 펼쳐진 깜깜한 훈련장에는 으스스하게 부는 바람소리와 여성 및 아이의 울음소리가 이어지며 어렴풋한 한 줄기 빛 만이 훈련장 통과를 위한 버팀목이 될뿐이다.
미로 곳곳에서는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과 피를 흘리는 해골들이 자리해 바닥 등에 설치된 줄을 잘못 건드리면 귀신들이 불쑥 튀어나와 간담을 서늘케 하는 가 하면 1.5m 깊이의 물 웅덩이를 통나무 하나에 의지해 건너야 한다.
어둠속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조교들이 갑자기 다리를 잡아당길 때면 혼비백산하기 일쑤다.
입구에 설치된 가로ㆍ세로 70㎝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낮은 포복 자세로 통과하면 교육생들은 어둠속에서 어김없이 뱀장어와 미꾸라지의 `끈적끈적한' 촉감을 느껴야한다. 원래 뱀을 체험하는 코스지만 야생동물 보호 차원에서 뱀 대신 뱀장어와 미꾸라지를 대용물로 쓰는 것이다.
전 병사를 상대로 담력배양 훈련을 실시해온 정보학교는 지난해부터 교육대상을정보병과 전 간부들로 확대했다.
담력훈련장은 지난 2002년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양궁 선수들이 단체로 훈련 받은 것을 비롯, 해병대 UDT 요원과 국가정보원 정보요원 등도 거쳐갈 정도로 인기를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