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물감으로 그려낸 한국화의 운치

전정 박항환 개인전

‘세월’

남종화의 명백을 이어받은 전정(田丁) 박항환이 서양화 재료를 사용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1년간 작업한 신작들이 23일까지 관훈동 갤러리 우림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선을 보이는 중이다. 남도화풍은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으로 이어지는데 전정은 17살에 남종화의 대가 남농의 문하로 들어가 13년간 정통 화법을 익혔다. 그 기본기 덕분에 필력은 깊이 있고 힘이 넘치며 먹의 농담과 절제된 색채만으로 표현된 생동감은 전정을 남도산수의 중심에 세웠다. 한국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에는 ‘청출어람’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 전정이 변화를 결심한 것은 1년 전쯤. 작가는 “안주하지 않고자 변화에 목말라 하던 중 지인에게 변신을 제안 받고 과감히 도전했다”면서 “스승께서 전정이라는 이름(호)을 주실 때 밭을 갈기만 하라고 한정 지으신 게 아니라 논을 갈고 나무를 키울 수도 있는 도구(丁)가 되라는 뜻이셨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필묵을 잠시 내려놓은 작가는 익숙치 않은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에 작업을 시작했다. 결과물은 재료면에서 서양화로 보이지만 한국화가 특유의 붓질이나 구도에서 남다른 저력이 드러난다. 갈라짐까지 표현한 소나무 둥치와 매화의 치솟는 가지는 꿈틀대는 힘을 갖는다. 나무와 꽃 사이로 언뜻 보이는 집은 ‘매화서옥도’의 아련한 구도를 그대로 담고 있어 동양화 특유의 운치가 배어난다. 3개 층의 전시장에 총 55점의 작품이 23일까지 선보인다. 호당 가격은 50만원이며 8호 크기의 소품에서부터 대형작품까지 고루 전시됐다. (02) 733-3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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