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17대 대통령을 맞으며] <9> 교육개혁, 시장경제에 맞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할 5년은 많은 면에서 지난 10년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 특히 교육부문 변화에 거는 기대는 어떤 부문보다 클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당선자의 추진력을 감안할 때 공교육 내실화로 사교육을 확실히 경감시키겠다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은 빠짐없이 추진돼왔다. 주로 학교를 짓고 새 시설을 설치하는 등 교육예산 증가에 초점을 둔 교육개혁이었다. 교육예산이 증가하면 교육의 수월성이 높아져 국가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교육시스템 구축 없이 단순히 교육예산만 늘리는 것은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드러나듯 예산의 비효율성만을 초래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교육개혁은 교육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중점을 뒀으면 한다. 교육시스템 개혁은 시장 규율에 기초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다. 첫째, 교육시장에 경쟁원리의 도입이다. 현재 공교육이 사교육에 비해 교육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 시장을 지배하는 철저한 경쟁원리가 공교육시장에는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 시장은 질이 낮으면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한다. 이것이 사교육에서 제공되는 교육서비스가 공교육에서 제공되는 교육서비스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다. 공교육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방안은 많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육소비자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둘째, 일선 학교로의 재량권 이양이다. 교육은 교육인적자원부나 지방교육청이 아니라 교실에서 이뤄진다. 어떤 과목의 교육이 필요하고 어떤 교재가 필요한지는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나 학교가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에게 재량권을 줄 경우 혹자는 학교나 교사가 사익을 추구하는데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걱정 한다. 기우다. 경쟁이 충분하다면 학교나 교사 모두 사익만을 쫓는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사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국 학교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학의 자율성 제고이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학교를 간섭하게 되면 교육정책의 대부분은 문제 있는 학교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고 이는 잘하는 학교에도 적용돼 족쇄로 작용될 것이다. 교육은 외부효과 때문에 정부의 간섭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간섭은 통제가 아니라 재정지원으로 그쳐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재정지원을 통한 간섭보다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감독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세계에서 대학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사립과 공립대학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덕택이다. 정부의 지원이 국립대학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사립대학이 국립대학이나 외국의 명문대학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대학 교육의 대부분이 사립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립대학의 경쟁력 제고 없이 대학경쟁력의 제고를 높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현재 3불 정책의 완화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공교육의 내실화로 사교육비를 줄여달라는 것은 한결같은 국민들의 염원이다. 시장의 경쟁으로 경쟁력이 이미 높아진 사교육기관이 제공하는 만큼의 교육서비스를 공교육기관이 당장 제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늦은 감은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경쟁의 원리를 공교육시장에도 도입해야 한다. 시장 규율에 기초한 정책은 효과는 더디지만 그 효력은 규제에 비할 것이 아니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국가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교육정책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드린다. 찬란한 세종 시대를 열기 위해 적폐를 과감하게 도려낸 태종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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