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정부 3년] 외환위기 극복·남북화해 길터
구조조정 추진…경제 재도약 기틀마련
오는 25일로 3주년을 맞는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형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4대 개혁이 아직 미완의 상태에 있으며 정치적 마찰과 고질병인 지역감정을 치유하는 데 실패, 종합적인 평점에서는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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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라는 통치철학아래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나라경제를 살려냈으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분단 55년의 벽을 허물어 민족화해와 협력의 장을 열었다.
그러나 정치개혁은 통일ㆍ외교와 경제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상생의 정치를 주장하고 있으나 차기 대권을 겨냥한 정쟁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선진국가 건설을 목표로 4대 개혁에 나서는 등 경제재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개혁에 대한 평가가 만족보다는 아직 미흡하다는 쪽이 우세하다. 2월 말 이후 추진하겠다는 '상시개혁' 체제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관심사다.
우리 경제는 비록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구조조정 지연과 증시회복 부진 등으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금융시장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고유가 불안 등 대외여건도 심상치 않다. 각종 경제지표는 다소 호전되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김 대통령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상시 구조개혁이 이뤄지도록 개혁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생과 경제 차원에서 보자면 전반기에는 외환위기 극복, 후반기에는 4대 개혁과 구조조정에 치중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정부 출범 1년 6개월을 지나 '외환위기 완전 극복'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97년 말 39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는 1월 현재 954억달러로 24.5배나 늘었고 97년 79억달러에 그쳤던 외국인 투자는 99년 155억달러, 2000년 157억달러로 급증했다.
대외채무를 갚을 길이 없어 모라토리엄(Moratoriumㆍ대외채무지불유예)을 선언, 국가부도 사태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그후 1년 6개월 동안 나라경제의 자생력과 성장기반 회복을 위해 추진해온 금융ㆍ기업ㆍ공공ㆍ노동 등 4대 부문을 포함한 개혁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98년 295%에 달했던 대기업들의 평균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98%로 낮아졌고 97년 7.04%에 그쳤던 일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도 10.83%로 상승, 기업과 은행의 체질이 튼튼해졌다.
지난 3년간 감축된 공공부문 인력이 ▦중앙부처 2만1,400명 ▦자치단체 4만9,500명 ▦공기업 4만1,700명 ▦산하기관 1만8,500명 등 13만1,000명에 달했다.
남북관계는 지난해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냉전지대에 평화와 화해의 싹을 틔운 끝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앞두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 대통령은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3월7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3월 하순 리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방한 등 한반도에 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4강 외교를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초고속정보망 구축 등 지식경제기반 작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97년 163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자수가 지난해 1,904만명으로 급증했다. 생산적 복지기반도 다져지고 있다. 생계비 지급이 97년 37만명에서 지난해 151만명으로 늘었다.
반면 국민의 정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미흡한 점도 적지 않다.
소수정권의 태생적 한계에서 야기된 여야 관계의 경색, 정치개혁의 부진, 자민련과의 공조균열 등 정치분야는 개혁의 불모지대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국가보안법 개정과 반부패기본법ㆍ인권위원회법 제정 등 지난 3년간 여권이 추진해온 개혁입법도 답보상태다. 여야 관계가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면서 정국이 불안하다.
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취임 초기 60~70% 수준에서 최근 30~40%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지지도 급락요인으로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지난해 주가폭락과 지역편중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말 여러 차례에 걸쳐 주식투자로 손실이 큰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업문제도 골치거리다. 외환위기 당시 178만명에 달했던 실업자수가 지난해 89만명으로 줄었으나 올들어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4대 개혁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불투명하며 그 이후에 이뤄질 상시개혁을 위한 후속조치도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남북관계도 완전히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 화해와 평화 착근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는 북한의 개혁ㆍ개방이 결실을 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며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과 힘의 외교를 표방한 부시 미 행정부가 뜻하지 않은 제동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대내외 여건에 비춰볼 때 강력한 정부를 표방한 김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제부터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앞으로 성패는 남은 기간 동안 개혁 마무리의 여부에 달려있다. 물론 김 대통령이 국정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대선이 치러질 내년부터는 김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지금과 같을 수 없다. 선거가 없는 올해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일시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칙과 정도를 지키겠다"는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 각오가 반(反)DJ 정서를 갖고 있는 상당수 국민들에게 얼마나 수용될지가 관건이다.
황인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