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자들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고유가 수혜를 입은 중동 산유국과 원자재 수출로 덕을 본 아시아 신흥국들이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백만장자 이상의 부호층을 급격히 형성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도, 브라질, 중동 신흥국들의 신규 백만장자의 수가 지난해 미국보다 빠른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나이가 공동조사한 ‘세계 부흥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백만장자 수가 2007년에 19%가 늘어났다. 이는 미국이 같은해 3.7%의 증가율을 보인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아직까지 백만장자가 300만명이 훌쩍 넘는 세계 1위의 부흥국가지만 신흥 부호의 수는 지난 2002년을 정점으로 사양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은 지난 한해 13만3,000명의 새로운 백만장자가 생기면서 지금까지 그 수가 81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를 통틀어 3,000만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을 갖고 있는 ‘슈퍼리치(super rich)’ 계층은 지난해 8.8% 증가했다. 인도의 경우 백만장자에 속하는 인구가 지난해 23%나 급증했다. 2007년 미국 백만장자들의 자산은 전세계 백만장자들의 자산을 합친 것에서 27%를 차지, 한해전보다 3% 포인트 줄었다. 신흥국의 백만장자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중동국가 및 중국이 유례없는 경기호황을 맞은 데 따른 결과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미국와 유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금융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전체적인 시장의 부가 감소했다. WSJ는 아시아 신흥 부호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기존 미국등 서방선진국에 머물렀던 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는 “400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백만장자의 자금줄이 미국을 탈피해 다른 투자처로 옮겨가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꿀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전 세계 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부호와 빈민층의 격차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 부호들의 수가 향후 5년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경우, 2002년~2007년사이 백만장자 이상의 부호계층이 5%나 줄었다. 반면 브릭스는 지난 5년사이 부호들의 시장 점유율이 6%에서 8%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