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회돌이를 서두르다

제6보(78~100)


흑85로 기어나오는 수단이 성립하게 되었다. 축머리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흑87로 고개를 내밀자 도리어 좌변의 백이 곤란한 입장이다. 할수없이 88로 모양을 갖추었지만 이미 중원의 백진은 대폭 쭈그러들었다. 구리는 89로 젖혀 95까지 회돌이치는 즐거움을 누렸는데 검토실에 있던 목진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기분이 좋아지면 실수를 하는 경향은 구리도 마찬가지로군요. 구리가 너무 낙관을 하고 있어요.” 회돌이를 서두른 것이 완착이었다. 흑91로는 참고도의 흑1로 가만히 호구를 칠 자리였다. 백은 2로 단수를 치는 정도인데 그때 3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던 것. 이 코스였으면 흑이 지극히 편한 바둑이었다. 구리와 여러 번 대국을 한 경험이 있는 김성룡9단이 구리의 스타일에 대하여 한 말이 있다. “구리는 고심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에요. 선배인 6소룡들이 대부분 고통스러운 수읽기를 하느라고 늘 고심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구리는 아주 능청스럽게 성큼성큼 두어치웁니다. 그래서 섬세한 테크닉에는 다소 서툰 편이지요. 게다가 구리는 유난히 한국 기사들에게 승률이 좋습니다.” 창하오가 한국 기사들에게 연거푸 지면서 패배의 달인이 된 것이나 마샤오춘이 이창호만 만나면 참담하게 무너진 것과는 확실히 다른 구리인 것이다. (96…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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