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 혼수시즌이 다가왔다. 혼수용품 장만은 예비 부부들의 즐거움인 동시에 고민거리이지만 특히 올 가을은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까지 겹쳐 혼수 준비가 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무조건 비싼 제품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실속형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대신 필요한 제품이라면 보다 오랜 기간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규모가 크고 기능이 편리한 제품을 고르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혼수가전 더 크게, 더 편리하게=올 가을 혼수 가전의 특징은 ▦크기 및 용량은 더욱 커지고 ▦디자인은 화려해졌으며 ▦편리하게 고안된 디지털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TV의 경우 두께는 슬림해진 반면 화면 크기는 더욱 커지고 풀HD급의 고화질이 인기다. 특히 풀HD TV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혼수가전에서도 풀HD TV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전자전문점에서는 풀HD TV의 판매량이 일반 HD TV의 판매량을 앞지르고 있다. 냉장고는 600리터급이 일반적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맞벌이를 하는 신혼부부가 늘어나면서 700리터급 대형이 주류를 이룬다. 세탁기는 12㎏급 대형 사이즈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주부들의 허리 높이를 고려해 인체 맞춤형으로 설계한 제품들의 반응이 좋다. 과거 드럼 세탁기와 달리 제품 높이가 높아져 허리를 굽히지 않고 빨래를 넣고 꺼낼 수 있어 편리하다. 김치냉장고는 특히 멀티 저장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냉동 보관이 많은 예비 부부들이 선호해 올해부터 필수 가전으로 꼽힐 만큼 판매량이 늘었다. 스탠드형의 출시로 냉장고와 함께 디자인을 통일시켜 주방에 놓는 경우가 많다. ◇예물은 14Kㆍ화이트골드=결혼예물 가운데 금은 가격상승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18K에서 한단계 낮춘 14K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 금 대신 은이나 진주를 장만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화이트골드가 강세다. 화이트골드는 사계절 착용해도 질리지 않는데다 다이아몬드와 잘 어울리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각광받고 있다. 보석의 경우 루비나 사파이어 같은 유색 제품보다는 갈수록 다이아몬드를 선호하는 추세다. 심플하고 전통적인 디자인이 인기이며 순수한 신부 이미지와 어울리는 모던하고 심플한 스타일의 반지와 목걸이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백승곤 롯데백화점 장신ㆍ잡화 CMD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18Kㆍ14K 등을 선택해 가격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상 반영한 새 혼수 트렌드 등장=결혼 전 신부와 신부 친구들이 모여 축의금 대신 결혼선물을 주고받는 서양식 파티 문화인 ‘브라이덜 샤워’가 확산되면서 소형 가전이나 조명, 화병, 인테리어 용품 등 생활소품류는 친구들 몫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장부자 현대백화점 웨딩컨설턴트는 “요즘 혼수용품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예비 부부는 거의 없다”며 “TVㆍ냉장고 등 주요 품목은 고급 사양을 선호하는 대신 소형가전과 생활용품은 브라이덜 샤워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장 필요한 제품뿐 아니라 미래 투자가치를 고려하는 것도 요즘 특징이다. 벽걸이TV 대신 거실에 걸 100만~500만원 상당의 그림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신혼집을 구하는 대신 부모 집에 얹혀사는 신혼부부가 늘면서 안마의자와 돌침대 등 효도상품이 혼수 목록에 오른 것도 달라진 트렌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