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업계의 반격이 시작됐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약발이 떨어지면서 내수 수요가 줄어들자 중국 철강업계가 철강제품을 저가에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도 가격인하 등 맞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철강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전환됐던 중국산 열연강판, 철근, 건설용 후판 등 주요 철강제품의 수입가격이 이달부터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열연강판의 경우 지난 7월 톤당 469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8월 484달러, 9월 529달러, 10월 550~570달러로 3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11월 주문량에 대한 단가는 530~550달러로 떨어졌다. 업계는 오는 12월 수입가격은 이보다 더 떨어져 500달러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산 철근 역시 6월 톤당 479달러에 수입된 후 지난달에는 560달러대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이달 주문량부터 500달러 초반대로 급락했다. 원자재인 철스크랩 가격이 이달 초보다 10%가량 떨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하락폭이 너무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건설용 후판도 사정은 마찬가지. 7•8월 톤당 600달러대를 고수했던 가격이 10월 510~530달러로 하락했으며 이달 주문량은 이것보다 더 떨어진 480~490달러선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제품의 수입가격이 급락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면서 중국 내 철강공급이 과잉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주요 철강업체들이 철강산업의 전통적 비수기인 동절기가 다가오자 재고증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헐값에라도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최근 원ㆍ위안화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황은연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 상무는 "최근 중국 내수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동절기를 앞두고 안번강철 등 중국의 주요 철강업계가 가격을 크게 내리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상반기 중에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산 철강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입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중 철강제품 수출량이 수입량을 근소한 차이(5만톤)로 앞섰지만 이달 중에 추세가 다시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철강제품 수입량은 5월 28만5,400톤에서 9월 58만5,100톤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수출량은 오히려 26%나 줄어들었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잇달아 가격인하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8일 열연강판•철근•H형강 등 주요 제품 가격을 5.5~6.8% 인하했으며 동국제강도 조만간 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산 철강에 비해 확실한 제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포스코는 가격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계획이다. 열연강판의 경우 포스코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톤당 40달러가량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납기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톤당 50달러 정도를 만회할 수 있다는 게 포스코의 판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계는 전통적으로 매년 말에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연초에 다시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써왔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가격인하는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후유증 성격이 강한데다 내년 상반기 철강수요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년과 다르게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