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서울시 반부패지수의 虛實

서울시가 지난 1년여간 준비해온 공무원 반부패지수를 발표했다. 불과 수 년 전만해도 「복마전」이라는 소리를 들어온 서울시가 반부패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위생, 세무, 주택, 건설, 소방등 민생관련 5대 부패취약분야에 적용, 청렴도를 수치화하는 등 부패척결에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서울시는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시민 8,789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행정서비스의 실수요자인 시민들의 체험적 인식에 기초해 각 구청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방식을 취했다. 과거 구호와 자기만족에 머무르던 「서정쇄신」의 한계를 넘어서 「시민참여」에 기초한 반부패를 실천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번 평가결과 소방분야를 제외한 4개 분야에서 모두 20위권 밖의 평가를 받은 강남구 관계자는 『민원인의 단순한 느낌을 숫자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번 조사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한편, 『강남구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결과가 나온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인식조사가 완벽한 지표가 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얻고 있고 우리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자주 인용하고 있는 TI(국제청렴성위원회)의 부패지수 역시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올해 평점이 낮게 나타난 자치구는 즉자적으로 반발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인식기반이 조성된 원인을 찾아 시민과 함께하는 투명한 행정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이 인식평가를 연례화시켜 시민들의 신뢰가 회복되는 모습을 과시할 일이다. 발표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공무원들의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74. 8점이라고 한다. 74점이 결코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예상 밖의 높은 점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조사방법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74.8이라는 평점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반부패지수는 조사대상분야에 대해 민원인들의 체험을 평가한 반부패 체감도(가중치 58.8%)와 정보공개, 부조리척결 간부공무원 의지 등 제도상의 투명성지수를 여론조사 기관이 평가한 반부패 노력도(가중치 41.2%)를 합산한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74.8점이라는 수치는 체감도 평균 64점, 노력도 평균 90.2점을 각각의 가중치에 따라 합산하여 평균을 낸 것. 따라서 사실상 시민이 느끼는 현실은 64점이다. 90.2라는 후한 점수는 시민의 내린 평가가 아니라 서울시로부터 조사를 위탁받은 여론조사기관이 각 구청의 반부패 관련 제도운영사항을 평가한 점수인 것이다. 체감도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건설분야의 경우, 민원인 21%, 즉 「5명 중 1명」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아직까지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반부패 노력도에 90.2점의 후한 점수가 주어진 것이 정당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투명한 행정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정보공개청구제도의 경우, 행정자치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율이 90%이상임을 강조하면서 정보공개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예산이나 정책결정과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정보공개청구가 거부되고 있다. 서울시내 모든 구청장들은 자신의 판공비 내역 공개를 거부하였다. 99년 4월 현재 서울시내 25개 구청 중 19개 구청이 정보공개청구서 조차 비치하지 않고 있었다. 참여연대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민원실을 드나드는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6%의 시민들이 정보공개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며, 93.3%가 한번도 정보공개청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사기관이 이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평가했다면, 90점이 나올 수 있었을까? 최근 구청 및 서울시청의 민원창구의 친절도와 민원처리율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보공개나 규제개선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는 실질적인 현실인식과는 큰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친절」하다고 반드시 「청렴」한 것이 아니라면, 노력도에 매겨진 90점은 지나치게 후한 점수인 듯 하다. 서울시는 평균 74.8점이라는 후한 점수가 이제 막 「시민과 함께하는 반부패운동」에 나선 서울시 및 각 구청의 노력에 보내는 격려라 생각하고 보다 겸허한 자세로 능동적인 반부패개혁에 더욱 진력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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