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입장처리안돼 공청회 연기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등의 개정의견을 확정,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나 각당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여야가 다짐한 정치관계법의 조기정비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 1월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면서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정치관계법을 손질할 경우 졸속개정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면서 조기개정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회 정개특위는 지난 4개월여간 각당의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공전하고 있다.
특위는 오는 15~17일 3일간 각각 국회법,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선거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10일 여야간사 접촉에서 준비미흡을 이유로 이들 공청회를 이달말로 연기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의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의견에 대해 여야는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와 원내외간 선거운동 기회균등 제고 등 일반적인 원칙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이러면서 여야는 구체적인 항목에선 각당의 이해관계를 반영, 대체로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법개정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특히 법인세 3억원 이상 기업의 기탁금제에 대해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장인 박상천 의원은 "세금을 정치인에게 주자는 안에 찬성할 국민이 없으며, 법인세를 기탁금으로 내더라도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없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2중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했다.
국회 정개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허태열 의원도 "법인세 3억원 이상의 기업 수는 미미하다"며 "1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또 민주당측은 "지역감정의 선거악용은 선관위안보다 더 철저하게 규제하고, 단체의 선거운동 허용범위도 현실에 맞춰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선거 30일전부터 정부업적에 대한 홍보ㆍ비방 규제는 야당의 대정부비판을 원천봉쇄할 우려가 있고, 선거비용 카드사용 의무화와 100만원 초과 자금의 수표의무화는 야당탄압에 악용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선관위의 개정의견과 관련, 국회 정개특위 민주당측 간사인 김민석 의원은 "지역감정 악용 규제, 정치신인 선거운동 기회 확대, 시민단체 선거운동 허용폭 확대 등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내용에선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태열 의원도 "정치자금의 투명성, 경쟁질서 공정화 측면의 큰 개정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세부내용에서 야당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거나 야당탄압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조항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정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