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감성과 창조경영

얼마 전 큰 성공을 거둔 ‘트랜스포머’라는 영화가 있다. 거대한 로봇들을 테마로 삼은 SF영화인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남성들까지 열광시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문가들은 이 영화의 흥행비결을 지난 1980년대 로봇만화를 보고 자란 30∼40대 성인 남성들의 마음 속에 내재한 ‘남자의 로망’이라는 정서를 다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명 ‘하이콘셉트, 하이터치’ 상품이었던 셈이다. 하이 콘셉트란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 및 실현 능력을 의미하며 하이터치는 하이콘셉트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질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소니, 마쓰시타 등 일본의 5대 전자기업의 최근 3년간 수익률과 성장성은 4% 안팎에 불과한 반면 애플과 뱅앤올룹슨(B&O) 등 하이콘셉트 기업은 50%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품질ㆍ기능ㆍ성능 중심에서 모방이 어렵고 쉽게 범용화되지 않는 디자인이나 창의력 스토리 등의 콘셉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하이콘셉트ㆍ하이터치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방한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저성장 한계에 부딪친 것은 일 중심의 문화에 원인이 있다며 고성장을 위해서는 창조경영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와 음악ㆍ미술ㆍ공연 등에서 느끼는 '감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만지는’ 오감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최근 들어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시를 읽고 미술감상을 배우고 음악과 공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적인 관심을 넘어 기업 전체에 조직적으로 도입하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띄인다.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감정을 따라 립싱크를 해보기도 하고 미술을 통해 화가처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퍼포먼스를 해보기도 한다. 아예 배역을 맡아 직접 연극을 해보고 영화를 찍어보기까지 하는 창의성 계발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많은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감성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구성원의 감성력이 상품과 서비스에 도입될 때 신선하고 매력적인 제품이 되고 혁신적인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에게 주어진 오감이야말로 창조적인 세계를 항해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나침반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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