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가·환율 감안땐 'L자형 침체' 가능성

한은 하반기 경제전망 한달도 못돼 빗나가<br>건설투자 전분기比 3.9% 감소 8년래 최악<br>"경기하강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듯" 전망도


유가·환율 감안땐 'L자형 침체' 가능성 한은 하반기 경제전망 한달도 못돼 빗나가건설투자 전분기比 3.9% 감소 8년래 최악"경기하강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듯" 전망도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는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새로울 것도 없다. 문제는 그 속도였다. 한국은행 발표 결과 드러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하강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심지어 하강 국면에 이미 진입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욱 깊게 한다. 교통신호로 따지면 '노란색'이 아니라 이미 '빨간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가 및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세계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감지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하강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제운용 전반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함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이달 초 전망보다도 0.1%포인트 하락=한은이 지난 4일 올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2ㆍ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9%. 이 같은 수치는 불과 20일 만에 뒤바뀌었다. 심하게 표현하면 20일 만에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전년 동기로는 0.2%포인트(5.5%→5.3%)나 내려 앉은 것이다. 그동안 장밋빛 전망에 의존해왔던 한은의 예측능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은은 하반기 전망 발표 때에도 지난해 12월 '2006년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하반기 성장률 1.2%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결국 반년 만에 전 분기 대비 기준으로 0.3%포인트나 괴리를 보이면서 한은의 통계 신뢰 자체를 따져봐야 한다는 반응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건설경기 깊은 수렁=2ㆍ4분기 GDP를 이처럼 갉아먹은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건설 부문이다. 2ㆍ4분기 건설투자의 증감률은 전기 대비로만 -3.9%. 이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지난 98년 2ㆍ4분기의 6%대 감소 이후 8년 만에 최악의 감소율이다. 외환위기 때야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표 자체의 의미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2ㆍ4분기 건설 부문의 위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광준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브리핑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민간용ㆍ주거용ㆍ사업용 건물 건설이 모두 부진했고 하반기에도 건설투자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설비투자와 소비가 그런대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출면에서 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2.8%, 전년동기 대비로도 7.7% 늘면서 성장률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민간소비도 전기 1.3%에 미치지 못했지만 전기비 0.9% 증가, 전년동기비로는 4.4%의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또한 여유롭게 바라볼 처지가 못된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액이 16조9,639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한 데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이 국장은 "건설투자가 예상치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소프트패치' 현상이 나타났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달 초에 전망했던 하반기 경제전망과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낙관적 견해를 이어갔다. 재정경제부도 연간 5% 성장률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내세웠다. 하지만 민간의 전망은 확연히 다른 듯하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및 유관기관과 민간연구소의 경제전망에 다소 괴리가 있는 것 같다"며 "세계경기나 유가 등에서 방향성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경기도 하강국면 전환 쪽에 좀더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위원은 "한은도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지 않았느냐"고 꼬집으면서 "경기가 이미 하강 국면에 들어섰고 내년 대선 때까지도 경기하강 흐름에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프트패치보다는 '더블딥'쪽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며 "특히 유가 등의 움직임이 계속 불안할 경우 L자형 장기침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07/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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