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에 강한 세계일류 기업]3M

"항상 새롭게" 이노베이션이 생명력미국 중부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에 있는 3M 본사를 둘러보면, 미국 굴지의 기업을 총괄하는 경영센터에 왔다기보다 차라리 하나의 거대한 연구소나 대학에 온듯한 착각이 든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검은 안경을 쓰고 묵직한 책을 옆구리에 끼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3M의 연구진이다. 최고 경영자와 임원이 사용하는 건물을 몇 개동에 불과하고, 자동차를 타고 둘러보아야 할 거대한 빌딩군이 바로 3M의 연구소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167억 달러의 이 회사는 이들의 연구로 개발된 신기술로 신제품을 만들어 고객의 니즈(Needs)에 부응한다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3M도 미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의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2분기 수익은 2억2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7%나 줄어들었고, 매출도 40억8,000만 달러로 3.9% 하락했다. 이에 따라 3M은 경비 절감을 위해 5,000명의 인원을 정리해고했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경기 불황은 이노베이션에 의해 극복된다고 했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슘페터의 이노베이션이고, 미국 경제가 가라앉고 경영여건이 어려워져도 이노베이션에 대한 노력은 한치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노베이션의 철학 3M이 만드는 제품은 스카치테이프나 포스트잇과 같은 일반인이 흔히 접근하는 사무용품에서 접착제ㆍ비디오 테이프ㆍ광섬유 소재ㆍ항공기 부품에 이르기까지 6만 가지가 넘는다. 이 많은 제품이 이노베이션에 의해 개발되고,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3M은 4년 이내에 개발된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30%가 넘는다는 경영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업본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 167억 달러 가운데 35%인 56억 달러가 4년 이내에 개발된 제품에서 나왔고, 9%인 15억 달러가 1년 이내에 개발된 제품, 즉 그 해에 개발된 제품에서 나왔다. 3M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애뉴얼 리포트 표지에 "우리는 항상 새롭다", "3M에는 낡은 것도 새롭고, 새로운 것은 또한 새롭다"며 이노베이션에 의해 기업이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3M 사람들은 남의 것을 모방한 제품으로는 절대 승산이 없고,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이념에 뭉쳐 있다. 연구 및 개발에 투자하는 비율은 지난해 1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7%에 이르고, 이 비율은 미국 기업에서 상위권에 해당한다. 세인트 폴 본사에 있는 연구소에는 8,000명의 연구진들이 오늘도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직원 7만5,000명의 회사에 10명중 1명이 연구진이라는 얘기다. 경영진들도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고, 기술개발에 기여한 정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대우를 받는 회사다. 직원을 7단계로 나눠 분류하는데, 그 기준은 기술과 학력이다. 3M 연구원들에겐 전체 근무시간의 15%, 즉 8시간 근무 중 1시간은 자유시간이다. 본업 이외의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연구진들은 이 시간에 그 동안 호기심을 가졌던 분야를 추구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거나 다른 연구실을 찾는다. 무한한 창조의 세계가 이 자유시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스스로가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토론하는 테크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분야가 다른 연구자들이 팀을 이루어 한사람의 아이디어를 완성시키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생각에 연결시키는 공간이다. 예컨데 의료기기 분야의 기술자가 전기분야 기술자의 도움을 청하면 언제나 기꺼이 도움을 준다. 서로의 전문지식이 모일 때 아이디어에 그쳤던 생각들이 구체화되고, 제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3M은 연구원의 실수를 나무라지 않고 격려한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이노베이션을 이룰 수 없으며, 실수가 곧 발명의 어머니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아이디어의 소재다. 의료기가가 무겁다거나, 불편하다는 불만이 소비자들에게 제기되면, 이런 불만을 아이디어로 해서 신제품으로 연결한다. 3M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매년 600가지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인트 폴의 연구진들은 지금도 인류가 필요한 소비재이면 무엇이든지 연구해 신제품을 만들고 있다. ◇소회사의 독립경영 체제 3M은 하나의 기업이지만, 그 안에는 50개에 가까운 작은 사업본부가 독립 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이를 '디비전(Division)'이라고 부른다. 한 디비전은 대개 매출이 3억~5억 달러의 단위로 이뤄지는데, 디비전의 책임자는 그 사업분야를 독자적으로 경영한다. 일종의 소사장 제도로, 독립 경영 체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디비전은 3M에서 세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세포의 생성기는 '프로젝트(Project)'라고 하는데,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면 관련 디비전에 기생하면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제품화를 준비한다. 다음 단계는 '디파트먼트(Department)'로서 아직 디비전에서 독립하지는 못했으나, 그 분야에 관해 거의 준독립적 상태를 유지한다. 그 다음이 '디비전'으로 독자적인 사업 단계를 할수 있다. 한 디비전이 만든 제품이 수명을 다했을 때 그 디비전은 소멸하게 된다. 3M이라는 회사는 이노베이션을 토대로 세포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걸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 회사는 디비전 별로 운영되지만, 3M의 ▦기술 ▦고객 ▦공급 및 판매망 ▦해외지사망은 각 디비전이 공유한다. 3M은 글로벌리제이션을 추구한다. 65개국에 현지법인을 개설,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의 53%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W. 제임스 맥너니 회장은 연초에 투자자들이게 "3M의 강점인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극복 방안을 이노베이션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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