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라이벌과 상생

강창현<문화레저부장>

흔히 사용되는 언어의 뿌리를 알아보는 일은 흥미롭다. 당시 사회를 유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완전히 우리 사회에서 외래어로 자리잡은 ‘라이벌(rival)’도 그중 하나다. 라이벌은 사전상으로는 ‘같은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는 맞적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단순한 경쟁자의 뜻만이 아닌 복합적인 의미가 내재돼 있다. “라이벌은 리버(riverㆍ강)와 깊은 관계를 갖는다. 리버는 라틴어의 리파리아(riparia)에서 유래했다. 리파리아는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 수 있는 비옥한 땅을 말한다. 이런 곳은 농사짓기에 편리한 강을 반드시 주위에 끼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점차 강을 뜻하는 말로 발전, 리버가 됐다. 그거나 강에 항상 물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강을 경계로 마주보는 사람들은 보다 많은 물을 차지하기 위해 때로 치열한 갈등을 겪었을 뿐 아니라 소규모의 전쟁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갈 때는 힘을 합쳐 물을 대곤 했다. 라이벌은 바로 이 강물을 터전으로 서로 마주보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라이벌이라는 말은 스포츠에서 많이 사용한다. 라이벌이 있는 스포츠에는 많은 팬들이 몰린다. 엇비슷한 실력으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라이벌전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겨준다. 올 프로야구는 진정한 라이벌이 조직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느냐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라한 관중 수에 허덕이던 프로야구의 양상은 올 들어 완전히 바뀌었다. 사상최대 규모의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만년 하위인 롯데가 상승의 발판을 마련하고 강력한 우승 후보인 삼성과 라이벌전을 벌이는가 하면 서울을 연고로 한 두산ㆍLG의 라이벌전도 프로야구 부흥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라이벌끼리의 정당한 경쟁이 관중석을 팬들로 북적이게 만들었다. 프로다운 프로야구로 발전한 것이다. 그 옛날에는 강이 삶의 터전이었다면 지금은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경제’가 바로 ‘강의 역할’을 한다. 아직 우리 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며 출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늦어도 올 2ㆍ4분기, 바로 지금쯤이면 경제가 바닥에 도달해 상승신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경기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경제회복 시기를 하반기나 내년 1ㆍ4분기로 보는 것이 대세다. 물론 이마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제 남은 6개월도 서민들은 어려운 살림살이로 허덕이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 불황을 벗어나기에는 걸림돌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불황 탈출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서는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진정한 라이벌이 필요하다. 서로 자기 몫만 찾으려는 이전투구식 싸움은 강물을 마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동자와 사용자도 일종의 라이벌 관계다. 소위 경제가 잘 나갈 때는 서로 자기의 파이를 키우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강물이 거의 말라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물이 마르는데도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다 보면 그 결과는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라이벌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를 파괴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임금피크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실업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방안도 일종의 승화된 라이벌 의식의 발로다. 라이벌은 결코 적대 관계가 아닌 상생(相生)의 관계이다. 상생의 정치, 상생의 경제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강에 물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만들 때다. 진정한 라이벌이라면 이를 위해 합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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