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4일] 또 구설수 오른 金법무

“규제 철폐를 입버릇처럼 떠들더니 모든 인터넷 공간에 전봇대를 박겠다는 심산인가.”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모욕죄 신설 검토’ 방침을 밝힌 뒤 네티즌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터넷 상의 익명성을 악용해 남들을 비방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현재 형법에 있는 모욕죄를 인터넷에 확대 적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다수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이를 처벌할 기준이 명확한데 법 위에 또다시 법을 만드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형법 제311조 모욕죄로도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욕행위에 대해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굳이 적용 가능한 법이 있음에도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법조계에서조차 사이버 모욕죄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과잉입법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친 법은 없는 것만 못하다. 처벌을 목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예방하고 계도하기 위한 교육이 우선시돼야 한다. 김 장관의 발언은 무엇보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며 촛불집회에 나서고 온라인에서 이를 주도한 여론의 ‘힘’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네티즌들의 조ㆍ중ㆍ동 광고중단 운동이 검찰수사를 받는 상황에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침이 나온 것은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김 장관은 정권 초기부터 “불법 폭력집회, 정치파업 주동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 “인터넷 상의 유해요소를 철저히 단속하라”는 등 이명박 정부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끊임 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정권 초기부터 인터넷과 촛불시위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정부에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을 구실로 인터넷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김 장관의 충심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고 마치 ‘네티즌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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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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