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화물차 공급과잉 해소부터

지난 19일 오후. 충남 공주에서 열린 화물연대 확대간부회의에서 ‘즉시 전면 파업 돌입’이라는 결정이 나자 산업계는 순간 긴장했다. 파업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파업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봤던 2003년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면 파업 돌입 발표가 있은 지 1시간쯤 지나 화물연대가 ‘이번주 말까지는 정부와 대화를 하겠다’는 후속 발표를 했고 산업계는 일단 발등의 불은 피했다며 한숨을 돌렸다. 산업계는 현재 정부와 화물연대간 대화가 성공적으로 끝나 물류대란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주말까지 주어진 정부와 화물연대간의 대화에서 파업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할 대책이 마련될지는 의문이다. 화물연대가 운송료 현실화 차원에서 요구하는 면세유 지급을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도 낮거니와 설령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면세유 지급이 화물차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화물차 차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단순히 비싼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화물에 비해 화물차가 많은 수급불균형이 근본적인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화물차 운전대를 잡았다. 이 때문에 97년 17만대 수준이었던 화물차 수는 현재 35만대를 넘어섰다. 공급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화물 물동량은 97년 5억톤에서 2004년 현재 5억2,000톤으로 거의 변함이 없다.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화물차 허가제를 도입, 화물차의 신규 시장 진입을 억제하고 있으나 시장의 수급불균형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보다 강력한 시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정부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난 5월 자영업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화물차시장 대책을 함께 내놓기는 했다.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인수합병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화물차주의 이ㆍ전직 직업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도 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화물차주들의 출혈경쟁만 계속되고 있다. 운송비 보조나 과적단속 완화 등은 당장의 협상 카드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인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파업 위기는 해마다 찾아올 것이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의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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