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가동해온 신수종 태스크포스를 전격적으로 해산한다.
이는 그룹 수뇌부가 전략기획실 해체의 후속 수순을 밟아가는 과정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룹 주변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삼성이 향후 그룹 차원의 전략으로 신사업 진출이나 메가급 투자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으로 읽힌다”고 받아들였다.
30일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신수종 TF를 사장단협의회 산하나 다른 계열사로 옮겨 유지할 계획이 없다”며 “신수종 TF는 해체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전략기획실의 고유 기능 중 필요한 부분은 각 계열사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먼 훗날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필요한 (기능별) 조직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삼성 안팎에서는 신수종 TF의 경우 계열사별 협업과 조정이 필요하고 전체 그룹의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능이 존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말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전략기획실 산하에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장을 주축으로 한 신수종 TF를 구성, 차세대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전략기획실의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 계열사별 신성장동력 발굴사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기획실에 신수종 TF를 설치했던 것”이라며 “향후 신성장동력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삼성은 올해 신규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인 27조8,000억원으로 정하고 이중 연구개발(R&D) 투자를 지난해보다 8,000억원 늘어난 8조원으로 잡은 상태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바이오ㆍ나노 등 신수종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에 실탄을 아끼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신속하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할 신수종 사업의 특성상 ‘컨트롤 타워’가 사라질 경우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리스크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계열사별 최고경영자(CEO)가 실패에 대한 문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단성 있는 결단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자칫 같은 아이템을 놓고 계열사 간 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도 우려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동시에 OLED 사업을 하면서 내부경쟁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고 향후 태양전지사업의 계열사별 교통정리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한편 삼성은 이날 오전 태평로 본관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회로 사장단회의(일명 수요회)를 열어 최근 비즈니스 현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등 20여명의 계열사 사장단과 이학수 부회장 등 전략기획실 핵심 인력 등 모두 25명가량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의 ‘위안화 급절상의 원인과 전망’,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의 ‘통신기기의 미래 발전방향’ 발제를 듣고 토의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밝힌 대로 6월 말까지는 오늘과 같은 사장단회의가 가동되고 7월부터 새로운 사장단협의회가 열리게 된다”며 “오늘 회의에서는 쇄신안 등과 관련해 특별히 주목할 만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르면 5월15일께, 늦어도 30일까지 사장단인사를 하되 경영안정을 위한 최소화 원칙에 따라 1~2명선의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