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인하 약발미미 V자형 반등 힘들듯

美·日경기 회복하나"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V자(字)형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U자형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거나 장기 침체를 의미하는 L자형에 빠져들 것인가" 미국과 일본이 경기 회복을 위해 하루 간격으로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 종가대비 97.52포인트(1.03%) 떨어진 9,389.48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월 14일의 최고치 1만1,722.98에서 무려 2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일본 증시는 제로 금리로의 복귀로 반짝 장세를 연출하고 있지만 약효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시장에 자금을 늘리는 양적 완화 조치의 효과가 반드시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언급, 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일본 모두 조속한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라는 고단위 처방을 내렸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비관론 점증하는 미국 경기 뉴욕 증시에서는 최고 정점에서 10% 하락할 경우 조정(Correction)이라는 표현을 쓰고, 20% 이상 떨어질 경우에는 침체국면(Bearish Territory)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뉴욕 증시는 침체국면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증시 전문가들은 1만선 붕괴 이후의 차기 지지선을 9,000포인트로 보고 있는데, 이마저 무너질 경우 미국 경기는 V자 턴은 물 건너가고 U턴의 완만한 회복세에나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2월중 경기선행지수는 전달에 비해 0.3% 하락했으며, 노동부가 지난 주 발표한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2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프록터 앤드 갬블(P&G), 미국 최대의 온라인증권사인 찰스 슈왑 등의 대규모 감원 바람도 심상치 않다. 퍼스트 유니언의 경제분석가 마크 비트너는 "올해 하반기 미국의 국내 총생산(GDP)은 2.5%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3ㆍ4분기의 GDP 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며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미국의 금융당국이 버불경제의 균형 회복을 위해 어느 정도 경기 침체를 용인할 것이라는 설(說)의 진위 여부를 떠나 경기 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도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위기설 가시지 않는 일본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로 복귀했지만 3월 위기설에 이어 5월 위기설이 재차 부상하고 있는 등 경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2000 회계연도 결산기인 3월을 맞아 금융기관들의 대출 기피로 기업들이 자금경색에 빠질 수 있다는 3월 위기설은 한 고비 넘겼지만 감사철인 5월에 감사 승인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의 무더기 퇴출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낙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중은행 담보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의 공시지가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 금융기관의 부실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 증시는 제로 금리로의 복귀와 부실채권 정리방침 발표 이후 폭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약발이 떨어져 또다시 미국의 경기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취약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경기가 U자형의 회복보다는 L자형의 장기침체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나리오가 점점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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