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ㆍ투자ㆍ소비 부문에서 순조로운 상승기조가 유지됐던 각종 산업지표들이 지난 9월 들어 크게 하락하거나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월 추석연휴로 조업일수가 감소하는 등 일시적 요인으로 상승흐름이 둔화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4년여 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데다 경기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소비 부문이 고유가 등 외부요인으로 동반 둔화할 가능성도 커 올 하반기 경기는 물론 내년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9월 경기 둔화, 단지 ‘추석효과(?)’=30일 발표된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사실상 소비 부문을 제외한 설비투자ㆍ산업생산ㆍ경기종합지수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일제히 부진한 양상이 나타났다. 먼저 반도체 장비와 무선통신기기 등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전체 설비투자 증감률이 -8.6%를 기록, 2005년 4월(-1.0%) 이후 2년5개월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락률도 2003년 11월(-11.7%)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9월 산업생산지수 역시 163.8로 전년 동월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보다 앞선 7ㆍ8월 각각 14.3%, 11.2%의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위축된 수치다. 다만 추석으로 인한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3일 가까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12.5% 증가를 시현, 상승기조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최성욱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조업일수 감소를 초래한 추석효과 등으로 9월 지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10월 지표에서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올 하반기 산업생산 증가율이 3ㆍ4분기 수준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소비재 판매는 전월 대비 2.7% 늘어 3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추석명절 상품의 판매로 지난해 동월 대비로도 8.4%나 급증하는 등 9월 들어 위축된 생산ㆍ투자 부문의 부진을 소비가 만회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고유가 등 외부충격으로 변동성 더 확대될 수도=‘추석효과’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라는 통계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위축 흐름은 연말까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가 향후 경기의 상승ㆍ하강 사이클에서 강한 선행성을 보여주는 제조업 생산확산지수. 8월 36.9를 기록했던 생산확산지수는 9월 26.9로 10.0포인트 더 빠졌다. 이는 2005년 9월 통계가 처음 집계된 후 지난 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하반기 들어 생산확산지수는 ▦7월 71.5 ▦8월 36.9 ▦9월 26.9 등으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생산확산지수는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지수가 50 이하를 밑도는 모습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시설투자 부문의 경우 그나마 올초 신권 발행으로 금융기관들의 ATM 교체 수요가 상반기 투자 증가세에 기여했지만 하반기에는 이 같은 특수가 사라져 9월의 저조한 지표가 쉽게 상승 반전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불안한 국제유가 흐름이 10~12월 지표에 본격 반영될 경우 경기흐름을 무조건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