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의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은행들은 태평양을 단숨에 넘어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고속도로를 갖게 됐다. 달러를 직접 찍어내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불안한 한국의 외환시장에 주한미군처럼 자리하면서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상당 부분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FRB 300억달러 어떻게 사용하나=한국은행은 미국에서 들여오는 달러를 국내 외국환은행에 스와프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하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매주 화요일 한은은 스와프 경쟁입찰로 국내 은행에 직접 달러를 풀고 있다. 달러가 필요한 은행이 입찰에 참여해 금리 등 입찰조건을 제시하면 한은이 가장 유리한 조건을 내건 은행에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받는 방식이다. 한은은 경쟁입찰에 이틀 앞서 미국 측에 입찰 규모를 통보하고 입찰이 끝나면 실제 낙찰금액만큼 달러를 가져오게 된다. 이후 국내 은행들이 달러를 상환하면 이를 FRB에 입금해 한도를 채워놓으면 된다. 오는 11월부터 스와프 입찰에 FRB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입출금 횟수에 제한은 없다. 미국은 스와프 거래로 최소한 초단기 금리 수익을 확보하며 달러를 공급하게 되고 한은은 FRB의 자금을 국내 은행에 공급하는 중계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통화스와프 거래로 달러를 빌려오는 데 지불하는 금리는 하루짜리 달러 대출금리인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현재 3개월물 OIS는 0.8%선인데 최근 FRB가 산업은행의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해주면서 내건 금리조건이 OIS에 2.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은의 통화스와프 금리도 3%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외화자금 사정에 따라 한은의 금리차익이 줄게 되면 FRB의 가산금리도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상업은행이 아닌 중앙은행 간 거래여서 금리 재정거래 목적보다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미 달러 우산 편입에 외환보유액 운용 여유=외화보유액 운용에도 한은은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 우선 300억달러라는 규모 자체가 적지 않다. 300억달러는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직접 지원한 금액(210억달러)보다 큰 것이다. 정부가 이미 스와프 입찰을 통해 공급 중인 300억달러를 포함해 모두 600억달러가 외환시장에 투입되면 시중의 필요자금을 충족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지속적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지원군이 투입되면서 시장 전반을 짓눌렀던 막연한 불안감을 퇴치하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은이 대규모 달러 현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은 9월 말 현재 2,397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지만 이중 90% 이상이 해외 증권 등이어서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할 때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한은이 현금 300억달러를 확보하면서 이런 문제가 사실상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군사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체제에서 보호 받듯 경제적으로 발권력을 가진 미국의 달러 우산체제에 확고히 편입됐음이 확인돼 투자심리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