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난 실감케 하는 추석 경기

나흘 뒤면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한가위다. 올 한가위는 주말과 휴일이 앞뒤로 겹치고 개천절 까지 끼어 있어 최장 아흐레까지 쉬는 사업장이 많다. 그야말로 추석휴가라고 할 만하다.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하여라”는 말처럼 추석은 넉넉함과 여유의 상징이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추석의 의미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올해도 사상최대의 인파가 이동하는 것에서 보듯이 추석은 설과 함께 민속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올 추석을 맞는 서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혹시나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시장 상인들은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고 울상이다. 백화점ㆍ할인점 등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중저가용 선물세트만 팔리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고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보니 추석 대목에도 돈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만 울상이 아니다. 직장에서 밀려난 아버지,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해 부모 친척들 볼 면목이 없는 자식들은 명절이 그야말로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추석보너스 봉투도 예전만 못하다. 보너스를 주는 업체는 늘어나긴 했지만 봉투는 지난해보다 더 얄팍해졌다.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도움의 손길도 30여년 만에 가장 싸늘하다고 한다. 넉넉했던 인정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던 추석인심마저 메말라 가고 있는 안타가운 현실이다. 국내소비는 이처럼 바닥을 맴돌지만 해외소비는 갈수록 흥청망청 이다. 나흘 연휴를 해외에서 만끽하기 위한 여행ㆍ관광상품은 동이 난지 오래다. 나라안에서는 주머니를 닫고 나라밖에서만 쓰자고 나서니 대목경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명절은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과 관료 등은 이번 추석 귀향을 통해 서민들이 바라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희망에 찬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지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권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계개편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서는 정치도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추석에 수렴한 민의를 정책으로 반영함으로써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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