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경기침체의 바람이 식음료업계에 어김없이 불고있다. 불황기가 되면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식음료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광고비, 판촉비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의 감소와 맞물려 대규모 비용이 수반되는 신상품의 출시가 늦춰진다. 또 신상품도 기존 제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가지치기(brench brand)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함께 관련업체들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기존 상품을 미니어처하는 용량마케팅을 구사한다. 다시 말해 리뉴얼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고급우유라고 불리는 기능성 우유들의 포장 뒷면을 살펴보면 깨알만한 글씨로 용량 900ml로 표기돼있다. 반면 특별한 브랜드가 없는 보급형 우유제품들은 대부분 1,000ml로 돼있는 등 외관상으로는 용량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큰 우유는 1,000ml라고 쉽게 생각한다는 대부분의 소비자의 틈을 파고든 어찌 보면 얄미운 전법이기도하다. 고급유제품은 일반우유에 비해 가격은 20~30% 이상 비싸고 용량도 적은 셈이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업계에서는 용량은 표시가 나지않게 줄인 대신 가격을 그만큼 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용량까지 맞출 경우 5% 이상 가격을 더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남양유업의 경우 용량이 200, 1,000ml로 돼있으나 프리미엄급인 아인쉬타인의 경우 185, 900ml로 돼있다. 이는 다른 유업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재 우유소비 침체로 200ml 표준 제품을 210ml로 늘릴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에 유업계에서는 제조상의 어려움으로 반발하지만 남아도는 우유를 처분하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단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아래서다. 불황기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 제품을 미니어처로 새단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콜드주스 950ml짜리가 인기를 모으자 스몰사이즈인 240ml로 출시했다.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쥬스인 `썬업`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경쟁제품간 스몰사이즈는 10ml의 차이가 나고 있으나 대부분 눈치채지 못한다. 또 불황기에는 제품이름이 길어지는 특성이 있다. 과거 광고나 판촉으로 설명해온 제품의 특성을 불황기에는 가급적 제품포장지에 새겨진 이름만으로 소비자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우유속 진짜 과즙 듬쁙 딸기 우유`, 풀무원의 `생가득 열무비빔 생 냉면`등이 좋은 예다. 이들 브랜드들은 이름만 유심히 살펴보면 어떤 특성의 제품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울러 덤핑과 가격할인ㆍ끼워팔기 등도 횡행한다. 수요침체로 매기가 없으나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암암리에 가격할인이 이루어진다. 또 주력제품 판매를 위해 덤으로 다른 제품을 끼워 파는 판촉활동도 활발해진다. 이와 관련,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용량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의 용량을 늘이고 줄이는 용량마케팅은 기존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신규 수요을 창출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밝히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신규 브랜드 하나를 런칭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반면 기존제품의 용량변경은 포장기하나 도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양정록(생활산업부 차장)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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