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위안화 절상압력 커질수록 원화도 동반 절상 불가피

■환율 전쟁속 원화 운명은<br>국내 외환당국 개입여지도 크지않아 연말까지 1,100원선 하락 가능성도


미ㆍ중ㆍ일 3국이 벌이는 환율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원화 역시 당분간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가하는 위안화 절상압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원화는 동반 절상될 수밖에 없다. 우리 외환 당국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양적 완화'라는 통화정책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적인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공세 등 양동작전을 펴며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카드는 위안화뿐만 아니라 유로화ㆍ엔화 등 모든 통화에 대비해 달러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문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표명하면서 필요하면 추가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풀었던 달러화를 거둬들이지 않고 시장에 계속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신용 경색과 같은 위기 상황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달러 약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환율 흐름의 핵심 키워드는 미국의 '양적 완화'"라며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큰 흐름 속에서 원화도 상대적으로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원ㆍ달러 환율도 최근 하락곡선을 그려왔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98원을 찍으며 1,200원대를 넘봤다. 이후 미국ㆍ유럽의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완화됐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졌다. 금리가 동결된 후에도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에 맞춰 원화 강세 모멘텀은 사라지지 않으며 환율은 속락했다. 불과 한달 만에 약 40원이 하락하며 24일에는 1,150원 중반까지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이 열린 15일 중 4일을 제외하고는 환율이 연일 떨어졌다. 앞으로도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의 수위를 높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대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가 2015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지난 2009년 미국이 무역적자 중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ㆍ대만ㆍ일본ㆍ한국 4개국에서 대한 통화 절상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안화 절상만 유도한다 하더라도 원화는 저절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는 2005~2007년 위안화 절상될 때 아시아 통화가 동반 절상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 각국에 통화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외환 당국이 개입할 여지도 크지는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1,150원선에 환율이 안착한 후 연말까지 1,100원 하락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환율 하락 속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이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개입에 대한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가 중앙은행의 노력으로 약세를 유지한다면 원화도 중앙은행의 개입 의지와 능력에 비추어 급격히 강세로 갈 가능성은 막아준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엔화가 85엔대에서 추가 하락이 지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의 중앙은행의 미세조정에 대한 명분도 그만큼 강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