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주가 전망과 함께 한해의 투자 유망 종목에 대한 기사가 종종 실린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시장 전망이 연말 강세를 얘기하듯, 유망주식도 `삼성전자, SK텔레콤...` 순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이는 1년이라는 세월이 주식시장에서는 너무 길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안전한 주식만을 갖고 가자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는 투자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에 박은 결과말고 올 한해 주가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어떤 주식들을 매수해야 할까.
세가지 부류의 주식을 꼽을 수 있는데 경기관련주와 턴어라운드(Turn-around) 주식, 이익증가율이 큰 모멘텀 주식이 그것이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경기 회복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주식들이라는 점이다. 월가의 전망대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1%에서 하반기에 3%대로 높아지고, 국내 경기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들은 다른 어떤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다.
세 부류의 주식 중 가장 먼저 상승하는 것은 경기관련 주식일 것이다. 이들의 주가는 경기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 경기 활황일 때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만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 다른 산업이나 주식보다 더 심하게 약세로 기운다.
경기 관련주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경기후퇴 마무리 국면부터인데 이런 점에서 이르면 1ㆍ4분기 말부터 대표적인 경기관련 산업인 화학ㆍ반도체ㆍ철강 관련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들 업종은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다른 산업을 위한 기초 소재 역할을 한다. 진입 장벽이 낮지만 워낙 대규모 장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요 증가시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고 가격이 올라도 가동률을 높일 수 없어 제품 가격이 크게 상승한다. 이렇게 제품 가격이 올라갈 때 다른 업종보다 빠르게 주가가 상승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두 번째로 관심을 모을 주식은 이익증가율이 높은 이른바 모멘텀 주식들인데 이들은 단기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기업내용이 좋은 가치주식과 이익이나 매출증가율이 높은 모멘텀 주식의 주가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 경기둔화가 끝나는 시점부터 회복 초기까지 가치주식들이 모멘텀 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 비록 주식시장이 바닥을 만들고 올라가도 초기에는 워낙 주변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심리가 보수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 국면을 지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이익 증가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 시장을 선도한다.
주가 전환기였던 지난 92년~93년과 98년의 예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92년 8월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가 바닥을 찍기 전인 92년 7월까지 이익증가율이 높은 모멘텀 관련 주식들의 주가 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에 미치지 못했지만 9월부터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오르기 시작해 9개월동안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 중 저점 대비 상승률을 보면 종합주가지수는 42.2% 오른 반면 이익증가율이 높았던 모멘텀 주식들은 97.7% 올랐다.
98년에도 모멘텀 주식들은 98년 10월에 상승을 시작해 10개월동안 종합주가지수보다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중 모멘텀이 큰 주식의 상승률은 302%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12%보다 월등히 높았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하반기부터는 턴어라운드 기업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턴어라운드 기업은 적자로 전락했거나 극심한 불황을 겪던 기업이 외부 환경의 호전이나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로 전환되면서 실적이 크게 호전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경기가 회복된다 해서 모든 기업이 턴어라운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경기 둔화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인 경영과 부적절한 제품, 마케팅 및 영업전략 부재로 시장점유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 또한 그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익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영업과 기업내용을 새롭게 일신한 기업만이 진정한 턴어라운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턴어라운드 기업을 판단하는데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경영진과 관련한 부분이다. 턴어라운드의 기초가 되는 구조조정과 새로운 영업활동 등이 모두 제대로 된 경영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 기업의 장점은 지속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다는 점이다. IMF이후 최고의 턴어라운드 기업이었던 전기초자는 4,000원에서 13만원까지 주가가 상승한 바 있다.
올해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는 경기 회복이다. 비록 2월께 미ㆍ이라크전이 문제없이 마무리된다 해도 경기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가 상승하기 힘들다. 올해 경기에 기대를 건다면 한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것보다 변화하는 주도주를 따라 종목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것이다.
<이종우 미래에셋운용 전략실장 >